스웨덴 부부, 아이 성별 비밀유지한 채 양육

자녀의 성별을 비밀에 부치고 아이를 양육하는 스웨덴 부모가 있어 화제다.

스웨덴의 뉴스 포털 사이트인 '더로컬'은 25일 팝(Pop.가명)이란 이름의 만 2세 아이를 가진 한 부모가 아이의 성별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해 부모와 주변의 극히 소수를 제외하고는 아이 성별을 아는 사람이 없다고 보도했다.

팝의 부모는 한 스웨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아이가 자유롭게 자라나기를 바라며 외부 성별의 틀로 아이를 가두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4세 동갑내기인 이 부부는 아이의 성별을 밝히지 않기로 한 결정이 성별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페미니스트적인 철학에 근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 부모는 아이를 성별이 구분되는 3인칭 대명사로 지칭하지 않고 언제나 이름으로만 부르고 있으며 아이 옷장에는 드레스부터 바지까지 다양한 옷을 구비하고 있다고 한다.

아이 머리 모양도 성별을 넘나들며 수시로 바뀌는 것으로 알려졌다 .
팝의 어머니는 이런 특이한 육아법을 통해 "아이가 자신감이 충만하고 완성된 인격을 가진 성인으로 성장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남녀평등 분야의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크리스티나 헹켈 씨는 이런 양육법에 대해 "보통 여자 아이들은 자라면서 예쁘다는 칭찬을 많이 받으며 남자 아이들은 멋있다는 칭찬을 받는다.

그러나 만약 성별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여자와 남자라는 틀에서 벗어나 '한 인간'으로 보여지게 될 것이다"라며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이런 중성적 양육법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성의 패러독스'의 저자인 수전 핀커 씨는 "남성과 여성은 태어나면서부터 다르다.

태아 때부터 형성된 호르몬이 아이들이 행동하고 느끼는 방법을 결정한다"며 의문을 표했다.

또한 "아이의 성별을 비밀에 부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할 뿐만아니라 윤리적이지도 않다"며 "이런 기본적인 사실을 부정하게 되면 아이가 후에 정신병을 앓거나 반항심이 강한 성격으로 바뀔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왕립연구소의 소아 내분기계 전문가인 안나 노르덴스트롬씨는 "아직 성 정체성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는 확실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성 정체성이) 양육방법으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양육법이 아이에게 해가 될지 득이 될지는 아직 말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아이를 '특이'하게는 만들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재 둘째 아이를 기다리고 있는 팝의 부모는 그들이 최선이라고 믿는 아이의 양육법에 대해 바꿀 생각이 없으며 "아이의 성별의 비밀은 아이가 원하는 때 밝힐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헬싱키연합뉴스) 이보영 통신원 radah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