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경영대학원이 100% 영어로 수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은 24일 '경영대학(원) 경쟁력을 말한다'라는 주제로 열린 국제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한국경제신문과 한국경제매거진이 주최하고 한경비즈니스가 주관한 이번 국제컨퍼런스는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차관과 쿨원트 싱 싱가포르국립대(NUS) 부학장,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경영대학장 등 주요 대학 경영대학장과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국제컨퍼런스는 박상용 연세대 경영대학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수요자 중심 커리큘럼을 영어로 가르쳐야

어 위원장은 "아시아 국가의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경영학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데 한국의 경영대학원은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뒤처져 있다"고 지적한 뒤 "베트남과 싱가포르 중국 등에서 학생들이 오는데 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서 한국어로 수업할 생각을 하면 국제화가 이뤄질 수 없고 영어로 가르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 위원장은 영어 수업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강화한 경영대학원 사례로 홍콩 싱가포르 호주 등을 들었다. 특히 호주는 프랑스 인시아드와 미국 와튼스쿨 등 유명 MBA(경영전문대학원)를 유치한 뒤 입학생의 35%를 아시아권 인재로 채우고 있다고 그는 소개했다.

어 위원장은 이어 현재 국내 경영대학원이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하지 않고 있다며 경영대학장들에게 화살을 돌렸다. 어 위원장은 "경영대 교수들마다 자기가 대학시절 배운 내용을 제각각 전공으로 만들어 10여개나 되는 전공을 운영하는데,그런 것은 공산주의식"이라고 비판했다. 수요와 공급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 분야의 중요성만 주장하는 것은 "사회주의적 색채"라는 것.

이에 대해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장은 "기업의 다국적화,해외 현지화가 이뤄지면서 경영대학의 국제화 필요성도 높아졌다"며 공감의 뜻을 밝혔다. 그는 "삼성전자는 1996년 수출 비중이 61.7%였지만 작년에는 81.4%였고 현대차의 수출 비중도 같은 기간 33.6%에서 61.8%로 증가했다"며 "국내기업용 인재가 아니라 다국적 기업용 인재를 길러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장 학장은 "고려대는 전체 과목의 60%를 영어로 진행하고 있다"며 "(영어사용 확대를 위해) 외국인 교수와 학생의 존재 및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학에 자율성 부여 필요

참가자들은 또 국내 경영대학(원)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학에 자율권이 부여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상건 성균관대 경영대학장은 "연구비 지원 등을 대학 통제 도구로 삼아 정부가 대학 운영의 미세한 부분까지 조정하려고 하는 '마이크로 매니징'은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우선 지원하고 각 대학이 돈을 재량에 맞게 사용하게 해줘야 경영대학장들이 '야전사령관'으로서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용 학장과 안태식 서울대 경영대학장도 "교과부도 문제지만 대학본부의 지나친 간섭도 경영대 발전에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안 학장은 "경영대가 파생상품을 개발하는 식의 '기능'만 강조해서는 안 되며 인성과 다문화에 대한 이해를 갖춘 인재를 길러내야 나라가 산다"는 주장을 펼쳐 참가자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교수들에 대한 적극적인 인센티브 제공 문제도 주요 화두였다. 이상건 학장은 "교수 봉급이 지나치게 획일적이어서 교수들이 먹고 사는 문제에 바쁘고 연구를 적게 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1990년부터 2004년까지 금융분야 톱 21개 저널에 실린 한국 대학의 논문은 34페이지에 불과하다"며 "성공한 외국 경영대들은 선임 교수들이 안정적인 테뉴어(정년보장)를 받아 활발히 연구에 매진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가한 윤동준 포스코 상무는 "신입사원 중 경영대 출신자들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해 보니 5점 만점에 3.3~3.4점 정도밖에 나오지 않았다"며 "경영대에서 1~2학년 때는 통섭교육,3~4학년에서는 집중적인 전공교육을 해줬으면 한다"고 학장들에게 요구했다.

쿨원트 싱 부학장은 아시아 최고수준 대학으로 평가받는 싱가포르국립대의 개혁 사례를 소개하면서 "리더십과 전략을 갖춰야 대학개혁에 성공할 수 있으며,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환경 · 구조 · 인센티브 · 사람 등 네 가지 요건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싱가포르국립대는 지난 11년간 개혁 과정에서 학장을 8번이나 교체하고 교수 이직률이 15%까지 증가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 현재의 위치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은 이날 컨퍼런스에서 축사를 통해 "선택과 집중을 통한 재정 지원,질적 관리 강화와 자율성 확대로 국내 경영전문대학원의 경쟁력을 높여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상은/김일규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