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행, 위폐 방지에 집중적 노력

36년 만에 새 고액권인 5만원권이 시중에 유통되면서 정부와 경찰, 시중은행 등이 자금세탁과 뇌물수수, 위폐 제조 등 부정사용이 늘어날 가능성에 대한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5만원권 발행을 계기로 금전거래에 대한 당국의 감시.감독이 지나치게 강화되면 경제활동이 위축될 수 있는 만큼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FIU.경찰 불법행위 가능성에 긴장
자금세탁 방지를 맡고 있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은 23일 5만원권의 부정사용 가능성을 막기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영과 금융정보분석원장은 이날 "5만원권 발행을 계기로 뇌물수수, 자금세탁 등 불법행위가 늘어날 수 있는 만큼 모니터링과 분석에 보다 많은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내년 1월1일부터는 금융기관들이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해야 하는 고액 현금거래가 3천만 원에서 2천만 원으로 하향 조정된다"면서 "이런 조치도 현금과 관련한 각종 불법행위를 막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액현금거래 보고의무 대상은 2006년 5천만 원에서 작년 1월부터는 3천만 원으로 조정됐었다.

경찰청은 위조지폐 식별 요령이 기재된 안내서를 일선 경찰서에 배부하는 등 위폐 사건에 철저히 대비키로 했다.

강희락 경찰청장은 "5만원권의 위조지폐 발생에 대비해 전국 경찰서에 홍보용 안내물 2만부를 배포해 위폐 발생시 대처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안내문을 전국의 편의점, 재래시장, 주유소 등 현금을 많이 취급하는 업소에 집중적으로 배포하고 위폐 구별 방법을 홍보했다.

일선 지검의 관계자는 "5만원권이 유통되면 뇌물수수가 좀 더 수월해지는 경향은 있을 것 같다"면서 "그러나 5만원권이 없을 때도 뇌물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달되는 만큼 이 고액권이 도입된다고 해서 뇌물수수가 부쩍 늘어날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 한은, 시중은행 위조방지책에 집중
한국은행은 5만원권 위폐의 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지폐 위조방지장치 확인카드'를 4만 개 제작해 현금 유통이 많은 금융기관과 유통업체 등에 배포할 예정이다.

5만원권 지폐 앞면 인물 그림 오른쪽에 있는 동그란 무늬에 이 카드를 대면 숫자 `50000'이 나타나기 때문에 위폐 여부를 쉽게 구분할 수 있다.

한은은 5만원권에 최첨단 위조방지 장치가 들어 있어 확인카드가 없더라도 띠 홀로그램과 입체형 부분노출 은선 등을 유심히 살피면 위폐 여부를 분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5만원권의 왼쪽 끝 부분에 부착된 특수필름 띠인 띠형 홀로그램은 보는 각도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태극, 우리나라 지도, 4괘의 무늬가 상. 중. 하 3곳에 각각 배치돼 있고 무늬 사이에는 `50000'이라는 숫자가 들어가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말부터 지난 19일까지 영업점 지폐계수기(돈을 세는 기구)에 5만원권을 인식할 수 있는 기능과 위폐를 걸러낼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으며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위폐감별 계수기를 영업점당 최소 2대 이상 배치할 예정이다.

기업은행과 농협도 지점당 1대 이상 위폐감별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이 영업점에 위폐감별요령이 담긴 공문을 보내는 등 은행들은 직원 교육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또 자금세탁 우려가 있을 경우 고객확인 의무에 더욱 주의하라고 당부하는 공문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는 "5만원권 유통을 계기로 자금세탁, 위변조, 뇌물수수 등의 위험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 "따라서 관련기관 등이 이에 대한 경계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당국이 금전거래에 대한 감시.감독을 노골화할 경우, 경제활동이 위축될 수 있는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최현석 홍정규 기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