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6층 지검장 집무실.신임 검찰총장에 내정된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이 출입기자와 티타임을 겸한 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인사말에서 "아직 내정자 신분이고 청문회도 거치지 않은 상태여서 뭘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다"며 "여러분들이 청에 있는데 안 보면 안될 것 같아 자리를 마련했다. 드릴 말씀은 별로 없다"고 밝혔다. 실제 천 내정자는 내정 배경,검찰개혁 방향,후속 인사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제가 답할 내용이 아니다","가봐야 안다" 등의 말로 즉답을 피했다.

그런 그도 유독 말을 아끼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이른바 '사랑받는 검찰'이었다. 그는 검찰총장에 내정된 소감을 밝히면서 "중앙지검에 온 지 만 다섯달이 됐는데 여러분들이 검찰을 사랑해 주셔서 할 일을 충실히 할 수 있었다"며 "여러분들이 보여준 애정과 관심 이런 것들을 토대로 검찰이 국민에게 보다 잘 봉사할 수 있는 조직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본인에 대한 언론의 평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저희 검찰을 정말 많이 사랑해준다고 생각했다"는 대답을 내놨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한 평가를 말하면서도 그의 '사랑받는 검찰' 발언은 이어졌다. 천 내정자는 "수사 절차상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 검찰을 사랑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본다"고 말했다. 동기들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저희 조직을 워낙 사랑하니까 거기에 맞춰서 그분들이 결론을 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천 내정자의 이날 발언대로라면 검찰은 국민과 내부 구성원의 사랑을 아낌없이 받는 조직이다. 그러나 천 내정자가 진정 그와 같은 현실인식을 갖고 말했을 것으로 보는 기자는 많지 않았다. 오히려 "검찰이 국민들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는 데 대한 안타까움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우세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차가울 대로 차가워진 현 상황을 천 내정자라고 모를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실제 천 내정자는 전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서는 "어려운 시기에 총장으로 지명돼 어깨가 무겁다"고 밝혔다. 그가 총장으로 취임한 후 진정 '사랑받는 검찰'을 만들어 어깨의 짐을 덜지 주목된다.

임도원 사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