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주식 팔고 금호석유화학 대량 매입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박찬구 석유화학부문 회장이 아들과 함께 금호산업 주식을 팔고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대량 매입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박 회장과 아들 박준경 씨는 15~18일 금호산업 주식 191만8640주(3.94%)를 장내에서 처분하고, 금호석유화학 보통주 220여만주를 사들였다.

이에 따라 박 회장과 박 씨의 금호산업 지분 비율은 보통주 기준 2.19%→1.44%, 3.92%→0.71%로 각각 줄어들었고, 금호석유화학 지분 비율은 5.30%→6.10%, 4.71%→7.87%로 크게 늘었다.

박 회장 부자가 함께 보유한 금호산업 지분율은 2.15%로 줄어든 반면, 금호석유화학 지분율은 13.97%로 늘어난 것이다.

특히 주식매매가 같은 시기에 이뤄졌고, 금호산업 주식 매도금액이 총 340억여원, 금호석유화학 주식 매입금액이 총 290억여원인 점을 고려하면 주식 `바꿔타기'가 이뤄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관련업계와 증권가는 이번 주식매매로 박 회장 부자와 형인 박삼구 회장 부자의 똑같았던 주식 비율이 깨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금호그룹 창업주인 고 박인천 회장은 네 아들에게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똑같이 6.11%, 10.01%씩 나눠주었고, 박 회장과 박삼구 회장은 이를 똑같이 갖고 있었는데 이 비율이 깨진 것이다.

창업주의 장남인 고 박성용 회장의 아들이 경영에 관심을 두지 않고 이미 주식 일부를 판 것을 제외하면, 차남인 고 박정구 회장의 아들 박철완 씨와 셋째아들 박삼구 회장 부자, 넷째아들 박찬구 회장은 똑같은 지분을 갖고 있었다.

이 때문에 단순히 대주주 개인의 지분 매매라는 그룹 측의 해명과는 달리 시장에서는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금호석유화학을 그룹 계열에서 분리하는 수순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호석유화학은 금호산업과 함께 그룹의 두 축을 형성해 왔지만, 석유화학은 사실상 그룹의 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박 회장이 금호산업의 주식을 줄여나가고, 금호석유화학의 주식을 늘리는 방법으로 장기적으로 그룹에서 석유화학을 완전히 분리하겠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금호그룹이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재무적 투자자들로부터 약 3조5천억원을 지원받는 대신 올해 말까지 대우건설 주가가 3만1천500원을 밑돌면 차액을 보전해 주기로 했던 `풋백옵션' 문제를 둘러싸고 형제간 이견이 있는 게 아니냐는 소문도 나돈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는 형인 박삼구 회장의 주도로 이뤄졌는데, 최근 풋백옵션 문제로 금호그룹이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형 주도로 이뤄진 `몸집 불리기'에 동생인 박 회장이 의견을 달리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대우건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시점에 주식매매가 이뤄졌고, 주식 매매 과정도 일시에 이뤄졌다는 점이 이 같은 분석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 부자가 매도한 주식 190여만주는 같은 기간 금호산업 주식 총 거래량인 900만주의 20%을 넘는다"며 "이렇게 대주주가 일시적으로 주식을 대량 매도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