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 기업도시 내에 추진 중인 한 · 중 국제산업단지 개발사업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어려워져 사업자금을 못 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중국 측으로부터 어렵게 이끌어 낸 78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도 무산될 공산이 커졌다. 이 사업은 중국 정부가 참여하는 한국 내 첫 개발사업이라는 점에서 향후 한 · 중 경협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사업계획 승인 후 '올스톱'

22일 무안군에 따르면 한 · 중 국제산단 사업을 위해 자본금 1538억원 규모로 설립된 한중국제산업단지개발㈜은 올해 초 국토해양부로부터 사업계획을 승인받았다. 급물살을 탈 것 같던 사업은 한국 측이 사업자금 조달에 실패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한중국제산업단지개발㈜은 사업승인 직후 총사업비 1조7600억원 중 1차분 토지개발자금으로 7000억원을 투입키로 하고 지분 비율(중국 51%,국내컨소시엄 49%)에 따라 자금을 조달키로 했다. 무안군 등 국내컨소시엄은 금융회사에 3400억원의 PF를 요청했으나 지금껏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5년 내 중국 기업 200~300개를 유치해 산업단지를 100% 분양할 수 있다'는 확약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국제산업단지개발㈜은 1차분 자금을 투입해 조성한 용지를 선분양해 사업을 지속할 계획이었으나 1차분 자체를 조달하지 못해 11월 착공은 물론 전체 사업계획도 불확실해졌다. 한중산업단지개발㈜ 측은 "서해안고속도로와 무안국제공항 등 인프라가 좋고 중국 정부까지 참여한 유망 사업인 데도 지방에서 추진된다는 이유로 PF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사업 독려 나선 중국 정부

중국 정부는 한 · 중국제산단 사업에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07년 1월 투자계획을 승인하고 국가 간 사업으로 확정한 데 이어 중국개발은행을 통해 자금확보 방안을 마련했다. 사업 추진전담체로 동태화안유한공사를 설립했다. 산단 조기 활성화를 위해 상무부가 2800억원을 들여 중국투자기업의 금융비용 중 50%를 지원하고,충칭시는 투자기업에 모두 1200억원을 지원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중국이 한 · 중국제산단에 투입하는 자금은 총 7800억원가량이다.

중국 측은 한국 측의 PF 불발로 사업이 더뎌지자 참여업체인 지산그룹과 동조장태투자유한회사를 통해 독려에 나섰다. 국내 금융권을 다니며 중국 투자자금에 대한 관리보증과 함께 국내사에 대한 금융지원 등을 요청했다. 청융화 주한 중국대사도 최근 국무총리실을 찾아 중국 정부가 한 · 중산단 사업을 최대한 지원할 것을 약속하고,한국 정부에는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한 · 중국제산단 사업에 적극적인 것은 기업 해외투자 장려책인 '저우추치'(走出去 · 해외로 나가자)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한 · 중국제산단 사업이 계속 지연될 경우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서삼석 무안군수는 "한 · 중국제산단이 중국 상무부의 해외경제협력구로 지정되면서 향후 한 · 중 경제교류의 핵심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중국 자본 투자유치의 물꼬를 트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토지공사 등 공기업 참여를 포함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무안=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

◆한·중국제산업단지=전남 무안읍·청계면·현경면 일대 1772만9000㎡에 총사업비 1조7000억원을 들여 산업단지(중국 산둥성·충칭시 전용단지 등),차이나시티,국제대학단지 등 인구 5만5000명의 도시를 짓는 사업이다. 2012년 입주가 목표다. 중국에선 지산그룹과 동조장태투자유한회사,국내에선 벽산건설 두산중공업 농협중앙회 다올부동산신탁 NH투자증권 전남개발공사 등이 추진 주체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