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판사도 때론 말하고 싶다'
특히 지난 10일 모 법대 교수가 한 언론에 기고한 인신공격성 글이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기고문에서 언소주 사건이 이 판사에게 임의로 배당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이림 판사는 당시 신영철 법원장이 최대한 보수적으로 결정이 나도록 개입을 하던 시점에 근무했던 판사"라고 주장했다. 이 부장판사의 글에서 "(판사의) 범위를 지정해 컴퓨터 배당을 한 것이어서 임의배당이 아니다. 임의배당이 됐다고 해도 서울중앙지법 내규에는 중요 사건의 경우 임의배당을 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는 대목은 해당 교수의 글에 대한 정면 반박으로 해석됐다.
이 같은 사실이 다음 날 법원 기자실에 알려지자 대부분 기자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그동안 얼마나 쌓인 게 많았으면…"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사실 이 부장판사가 당한 일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법원을 비롯한 제도권과 권위에 대한 일부 진보진영의 무시 경향은 현 정권 출범 이후로 줄곧 계속돼왔기 때문이다. 광우병 PD수첩 작가의 이메일에 담긴 분노, 원주시가 발행하는 시정 홍보지에 실린 현직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인 욕설, 서울 덕수궁 대한문 주변에 '살인마는 물러가라'고 쓴 현수막 등도 같은 맥락이다. 나와 생각이 다르면 '적'이라는 이분법적 편가르기가 낳은 슬픈 현실이기도 하다. 언소주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아직도 이 판사에 대한 인신공격성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이런 현실에 회의를 느끼는 것은 비단 이 판사뿐만이 아닐 것이다.
서보미 사회부 기자 bm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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