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가 19일 서울 여의도에서 경찰 추산 4200여명(주최 측 추산 1만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가졌다. 집회가 끝난 후에는 서울 곳곳에서 게릴라성 도심 시위에 나서 경찰과 충돌했다. 금속노조는 서울역광장에서 도심 집회를 마치고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으로 자리를 옮겨 철야 농성을 벌였다.


◆외국인 근로자도 동원

금속노조의 이날 상경 투쟁은 올 들어 노동계가 주도한 집회 중 가장 큰 규모다. 약화된 파업 동력을 회복해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 화물연대 파업이 화물차주들의 호응을 얻지 못해 조기 종료되고,최대 지부인 현대자동차 지부가 총파업에 불참하는 등 노동계의 투쟁 동력은 계속 약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 산하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가 열기를 북돋우기 위해 총대를 멘 셈이다.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은 "7월 초가 되면 금속노조 10만명이 투쟁 준비를 마친다"며 금속노조가 민주노총 총파업을 주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세 과시를 위해 참여를 독촉하다 보니 개개인의 참여 열기는 떨어졌다. 집회 초반부터 상당수 참여자들은 장소를 이탈해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잡담을 했으며 연설자의 구호 선창에는 절반가량만 호응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까지 참가해 마구잡이 참석을 독려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명박은 물러가라""반민주 악법 철회하라" 등 각종 정치적 구호들이 쏟아져 시민들로부터 외면받았다.


◆시내 곳곳에서 게릴라 시위

금속노조는 오후 5시께 여의도 집회를 마치고 서울 시내 곳곳으로 흩어져 게릴라성 선전전을 가졌다. 경찰이 서울광장으로 이어지는 주요 지역을 봉쇄하자 5개 그룹으로 나눠 대오를 갖추고 남대문 서대문 등지에서 치고 빠지기식 시위를 벌였다. "명박 퇴진""독재 타도" 등을 외치던 노조원들은 도심 도로를 점거한 채 서울광장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노조원 65명을 연행했다. 곳곳에서 대치하던 시위대는 오후 7시 무렵 서울역 광장에 집결해 또다시 집회를 가진 뒤 쌍용차 평택공장으로 옮겨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민주노총은 금속노조의 여의도 집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하투 모드에 돌입한다는 방침이어서 당분간 길거리 시위가 재연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쌍용차 협상은 또 결렬

쌍용차 노사는 이날 평택공장에서 2차 노사 협상을 벌였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쌍용차 파업이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사는 정리해고,간접지원 부서 분사 문제,노조의 공장 점거파업 중단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박영태 관리인은 협상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회사 나름의 안을 제시했지만 (노조가) 만족스러워하지 않았다"며 "노조가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회사 안을)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경봉/이재철/김일규/이상열 기자 eesang69@hankyung.com


< 금속 노조 집회 관련 정정보도 >

본지는 6월20일자 A5면에서 '금속노조 지도부만 참여한 그들만의 집회'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6월19일 금속노조 집회에는 지도부를 비롯해 조합원들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인원 채우기에 급급,말 안 통하는 외국인 근로자도 동원'이라는 소제목과 관련,외국인 근로자들은 금속노조 조합원으로서 집회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