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밖 가벼운 형량 평가..남편 "터널서 불빛 찾았다"베로니크 재판정서 영아살해 자백

서울 서래마을 영아유기 사건으로 재판에 회부된 프랑스 여성 베로니크 쿠르조(41.여)에게 8년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프랑스 서부 투르 지방법원 재판부는 18일 오후(현지시간) 자신이 낳은 아이 3명을 모두 살해,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베로니크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인 10년형보다 적은 징역 8년형을 선고했다.

이날 법원의 판결에 대해 프랑스 언론들은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안 임에 비춰 비교적 가벼운 형량이 선고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날 1심 선고는 베로니크가 경찰에 체포돼 구속 수감돼 조사를 받은 지 2년 6개월만이다.

베로니크는 이처럼 정식 재판에 회부되기에 앞서 2년 6개월간 수감돼 있었던 만큼 1심 형량대로라면 앞으로 잔여 형기인 5년여 만 복역하면 석방된다.

변호인들은 베로니크가 이미 3년 가까이 수감돼 있었다는 점을 들어 프랑스 법에 따라 가석방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베로니크는 재판부의 선고 직전에 곁에 서 있던 남편 장-루이 쿠르조(42)와 마지막으로 눈길을 마주쳤다고 언론들이 전했다.

남편 장-루이는 재판이 끝난 뒤 비교적 가벼운 형량에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이번 판결은 우리 부부가 다시 재기할 수 있도록, 터널의 끝에서 불빛을 찾을 수 있도록 허락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TF1방송이 전했다.

장-루이를 비롯한 가족들은 재판에서 베로니크의 (영아 살해) 행동은 계산된 것이 아니었음이 분명하다면서 "베로니크는 병을 앓고 있으며 그 병은 중대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판결에 앞서 정신과 전문의들은 베로니크가 임신을 부정하는 정신상태에 빠진 것으로 판단된다는 소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르 지방검찰청의 필립 바랭 검사는 전날 "이번 사건은 대단히 중대하다.

베로니크 쿠르조를 악마로 만들어서도 안 되지만 더 이상 우상으로 치켜세워서도 안 된다"면서 징역 10년형을 구형했었다.

지난 9일부터 재판에 임한 베로니크는 검찰구형 전에 울먹이는 목소리로 "당시 임신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서 "그러나 아이들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 손으로 아이들을 죽였다"고 3명의 영아를 살해한 사실을 자백했다.

베로니크는 2002년과 2003년 서울의 서래마을에 살던 당시 자신이 낳은 영아 2명을 살해했으며 1999년 프랑스 집에서도 영아 1명을 살해한 혐의로 2006년 10월 경찰에 긴급 체포돼 수사를 받아왔으며 이번에 처음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됐다.

베로니크는 2006년 7월 서래마을의 집 냉동고에서 2구의 영아 시신이 발견된 뒤 혐의를 전면 부인했으나 한국 수사당국의 DNA 분석 결과 쿠르조 부부가 이들 영아의 부모 임이 확인된 뒤에야 범행을 털어놓았었다.

베로니크는 2002년 미국계 자동차 부품회사의 엔지니어로 일하던 남편, 초등학교에 다니던 두 아들과 함께 서울로 이주해 살았으나 당시 임신 사실을 주위에 알리지 않았으며, 장-루이는 2006년 7월 베로니크가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프랑스로 돌아간 뒤 냉동고에 보관돼 있던 갓난아기 시신을 발견해 신고했었다.

이에 앞서 현지 언론들은 베로니크의 살인 혐의가 최종 인정되면 프랑스 형법 규정에 따라 법정 최고형인 무기징역형이 선고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파리연합뉴스) 이명조 특파원 mingjo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