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령서 난민 신청인 취업 허용 `1년 유보'
'인도적 취지 후퇴' vs "부당 혜택 막아야"


난민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개정된 출입국관리법이 `세계 난민의 날'인 20일부터 시행되지만 당초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난민 심사를 신청한지 1년이 넘은 사람들을 국내에서 취업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개정법의 핵심인데, 정부 시행령은 개정법 시행일로부터 1년이 지나야만 혜택을 준다는 제한을 걸었기 때문이다.

19일 난민단체에 따르면 개정법의 새 규정인 '76조의8'(난민 등의 처우)은 "난민 신청을 한 뒤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간(1년)이 지날 때까지 인정 여부가 결정 안된 자에게 취업활동 허가를 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시행령 부칙 2조는 "대통령령에 따른 기간은 시행일부터 기산(계산)한다"고 못박아 개정법이 발효되기 이전에 신청인들이 기다린 기간을 소급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적게는 1∼2년, 많게는 5년까지 기다린 난민 신청인들도 적지 않은데 이들이 학수고대해온 개정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1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난민인권센터 최원근 사업팀장은 "그동안 취업을 못해 어려움을 겪어온 신청인들 사이에 `1년을 더 굶으라는 말이냐'는 한탄이 새어나오고 있다"며 "정부가 이들의 어려움을 결과적으로 방관한 셈"이라고 말했다.

시행령이 비정상적으로 법의 취지와 내용을 바꿨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익 변호사 그룹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는 "시행령이 법의 취지와 의미 자체를 변경했다"며 "이처럼 법률의 사실상 경과규정을 시행령에 맡기는 건 위법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행령을 만든 법무부는 개정법을 그대로 따르면 국내 체류를 노리고 허위로 난민 신청을 한 이들도 취업할 수 있게 돼 불가피하게 해당 조항을 넣을 수 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법무부의 차규근 국적난민과장은 "1년의 '과도기'에 난민 심사 인력을 늘려 평균 2년이 넘게 걸리던 심사 절차를 내년엔 6개월로 줄이겠다.

이렇게 되면 가짜 신청인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난민의 지위와 대우 문제를 다루는 출입국관리법은 장기 체류중인 난민 신청인의 생활고를 막는다는 취지로 지난해 12월 개정됐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