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제주도의 영국 노스 런던 컬리지에이트 스쿨 부속 국제학교에 다니는 고3 김제주군은 미국 대학으로 유학가는 대신 1㎞ 떨어진 ‘대학존’에 있는 미국 대학 분교에 진학하기로 했다.현지 대학과 교육 수준은 똑같은데 학비는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게다가 김군이 어릴 때부터 배워온 골프 특화 대학이어서 어렵지 않게 결정할 수 있었다.

서울에 살던 김군의 어머니도 초등학교 4학년인 동생 서영 양과 함께 최근 제주영어교육도시내 스쿨존 뒷편에 있는 타운하우스(주거단지)로 이사했다.김군 어머니는 집 앞 영어교육센터에 다니며 성인 어학연수 프로그램에 등록하고,동생은 공립 제주국제학교에 다니는 꿈에 들떠 있다.제주국제학교를 비롯해 스쿨존 안에 있는 12개 초·중·고교에서는 외국인 교사와 한국·외국인 학생들이 한 반에 섞여 수업한다.

김군은 학교수업을 마치고 어머니 동생과 함께 문화존의 오페라하우스를 찾았다.직원들이 “How many tickets do you need”라고 묻자 김군도 막힘없이 “3 tickets please”라고 대답한다.미용실에서도,편의점에서도 외국인 비중이 워낙 높다보니 영어가 자연스럽다.각종 간판과 도로 표지판도 Jeju(제주) Seogwipo City(서귀포시) Daejeong Town(대정읍) Boseong Street(보성리) 등 영어로 돼 있다.서영양은 스쿨존을 가로지르는 ‘Street of Learning(배움의 길)’을 걸으며 외국인 친구들과 마주칠 때마다 “Good afternoon! How are you?”를 연발한다.

2015년 제주영어교육도시의 모습을 가상으로 그려본 것이다.제주영어교육도시는 국내 학생의 해외유학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추진하는 사업이다.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일대 379만㎡(114만평)에 2015년까지 1조7806억원을 들여 건설하는 이 초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착공식이 17일 열렸다.착공식에는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과 권태신 국무총리실장,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 지사 등 1700여명이 참석했다.

제주영어교육도시는 2006년부터 추진된 제주도의 숙원사업이다.2012년까지 기반시설공사가 진행되고 2011년 3월에 공립 1개교와 사립 2개교 등 3개 국제학교가 먼저 문을 연다.2015년까지 공립 1개와 사립 11개 등 모두 12개 국제학교와 외국대학,영어교육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12개 국제학교는 학제별로 4개 초등학교(4~6학년 2720명)와 5개 중학교(3600명),3개 고등학교(2700명)로 구성돼 있다.국어와 사회 과목을 제외하고는 모두 영어로 수업하고,정규학교 교과과정과도 연계돼 학력을 인정받는다.학비는 1500만~3000만원 선으로 평균 연간 유학비용의 30~50% 수준일 것으로 국토해양부는 전망하고 있다.지난 4월 영국 노스 런던 컬리지에이트 스쿨과 부속 국제학교 운영을 위한 양해 각서(MOU)를 체결했다.학생 9000명과 학부모 등 2만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주택 5900채와 상업시설,문화·예술공간도 들어설 예정이다.

정부는 영어교육도시가 운영되면 연간 9000명이 해외 유학과 연수를 가지 않게돼 3억2400만5억4000만달러의 외화가 절감되고 학부모의 부담이 완화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김태환 제주도지사는 환영사에서 “앞으로 ‘사람을 낳으면 (서울이 아니라) 제주도로 보내라’는 말이 널리 쓰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