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방송 시대는 끝났다. 미디어 융합으로 방송의 통제권이 소비자들에게 완전히 넘어갔다. 방송사의 비즈니스 모델에 전면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월드IT쇼(WIS) 2009'와 동시에 열린 '국제 방송통신 컨퍼런스'에 참석한 에밀리아노 칼럼직 미국 폭스TV스튜디오 사장은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방송의 종언'을 선언했다.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보던 전통적인 TV의 특성이 사라졌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귀가를 서두르던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다. 정보기술(IT) 발달 때문이다.

칼럼직 사장은 "디지털 저장장치의 용량 증대와 IT의 발전이 시청자의 시청 행태는 물론 콘텐츠 공급방식까지 바꿔놓는 일대 혁명을 가져왔다"고 진단했다. TV로 보던 방송 프로그램을 이제는 휴대폰이나 PC로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게 된 데다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좋아하는 드라마 등을 주문형 비디오(VOD)로 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방송 등 문화콘텐츠의 주권이 소비자에게로 넘어간 것이다. 그는 이를 두고 "시청자가 승자가 됐다"고까지 했다. 그는 "이런 변화 때문에 방송사들은 광고 매출이 줄어드는 등 수익 기반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며 "적은 비용으로 퀄리티 높은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칼럼직 사장은 기술 발전으로 방송사와 광고주들의 비즈니스 모델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PVR(고화질 영상을 하드 디스크에 녹화해 볼 수 있는 제품)를 비롯해 디지털 미디어 서비스를 이용하면 광고를 빼고 원하는 프로그램만 볼 수 있고,시청 시간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며 "돈을 낭비하고 싶어하지 않는 광고주와 광고를 보려 하지 않는 시청자 사이에서 방송사들은 생존을 위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폭스TV도 이런 환경을 돌파하기 위해 해외에서 협력사를 늘려가고 있다"며 "일본 한국 등 아시아에서도 제휴 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폭스TV스튜디오는 뉴욕타임스 등을 소유하고 있는 미국 미디어그룹 뉴스코퍼레이션의 자회사로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멘탈''24' 등을 제작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