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벤처하는 애들보다 아이디어가 적은지 몰라..."

비교적 혁신적으로 알려진 한 중견기업의 K사장. 최근 만난 그는 입이 나와있었다. 일반 벤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인재가 회사에 많은데도 신규 서비스 경쟁에서 번번이 밀리고 있다고 했다.

글쎄,정말 직원이 문제일까. 혁신상품을 내놓은 데 있어 대기업이 벤처나 때로는 1인 기업에까지 밀리는 것이 과연 직원들이 놀아서일까. 대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고민이기도 한 이 문제의 핵심은 사실은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실현시키는 회사 시스템에 있다.

생각해보자.누군가 좋은 아이디어를 갔고 있다면 벤처 생태계에서는 어떻게든 실현된다. 벤처캐피털 A사에서 퇴짜를 맞으면 B사로 가고,또 C로 옮겨가고….투자를 못 받으면 팔아버릴 수도 있다.

회사에서는 어떤가. 직원들의 아이디어는 직속 상관 1명,더 있어봐야 신규 사업 담당 1명 정도가 스크린한다. 운이 나쁘면 아이디어는 나오자마자 죽게 돼 있다. 아이디어 가치를 몰라주는 회사가 야속해 뛰쳐나가는 직원도 적지 않다. 이들이 나가서 성공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그러니까 사내에서 아이디어가 죽는 것은 아이디어 공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수요가 적은 탓이다. 그러니 아이디어는 헐값이 되고 때로는 그냥 버려지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사내에 벤처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아이디어를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고 때로는 살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비(非)혁신적인 직속상사의 손에만 맡겨둬서는 절대 안 된다는 점이다.

실리콘밸리는 최근 5년 동안 420억달러를 4624개 거래에 투자했다. 실리콘밸리에는 투자위원회가 따로 없지만 아이디어를 팔 사람과 살 사람이 무수히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다. 귀사를 실리콘밸리로 만들어 보라.

한경아카데이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