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주ㆍ종유석ㆍ종유관 빼곡..경관 빼어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지구인 제주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에서 학술적 가치가 매우 뛰어난 용암동굴이 또 발견됐다.

지난 4월부터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일대에서 미발견 동굴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시추조사를 해 온 제주도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는 지난 12일 당처물동굴 인근에서 그동안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용암동굴을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당처물동굴 끝부분에서 해안가 쪽으로 40m 떨어져 있는 이 용암동굴은 길이 100m 이상, 최대 너비 5m, 최대 높이 1.8m 규모로, 지표면에서 동굴천장까지 두께는 3.5m로 조사됐으며, 내부면적은 500㎡로 추정됐다.

이 동굴은 당처물동굴과 매우 흡사해 동굴 내부에 밧줄구조와 용암유선 등 1차 용암동굴 생성물이 잘 보존돼 있으며, 석주와 종유석, 종유관 등 2차 탄산염 동굴 생성물이 가득했다.

고상진 세계유산관리본부장은 "용암동굴이 형성된 이후 동굴 지표면 위에 쌓여 있는 사구에서 탄산염 성분이 내부로 오랜 기간 녹아들어 마치 석회동굴과 같은 2차 탄산염동굴 생성물을 만들었다"며 "동굴 명칭은 발견된 지명을 따 가칭 '월정 남지미 동굴'로 붙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유산본부 전용문 박사는 "동굴은 해안방향으로 연장된 것으로 추정되고, 동굴의 진행방향을 고려할 때 당처물동굴의 연장일 가능성도 높다"며 "동굴 마지막 부분에 동굴 생성물이 밀집해 더 이상 진입이 불가능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1차 용암동굴은 10만년 전에, 2차 탄산염동굴은 4천년 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만장굴부터 당처물동굴 주변에 대한 지구물리탐사를 실시했던 배재대 손호웅 교수 연구팀은 "당처물동굴이 있는 구좌읍 월정리 해안의 저지대에 새로운 동굴이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탐사 결과를 밝힌 바 있다.

제주시 동부지역에는 30만년 전에서 10만년 전 사이에 조천읍 선흘리 '거문오름'에서 수차례 분출된 다량의 현무암질 용암류(熔岩流,lava flow)가 경사진 지표를 따라 북북동 방향으로 해안까지 13㎞ 가량 흘러가면서 수많은 용암동굴을 만든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굴만도 벵뒤굴(해발 300m, 길이 4천480m), 만장굴(해발 84m, 길이 7천420m), 김녕굴(해발 57m, 길이 705m), 용천동굴(해발 30m, 길이 2천470m), 당처물동굴(해발 12m, 길이 110m)이 있다.

(제주연합뉴스) 김승범 기자 ksb@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