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그리는 '경쟁과 자율'중심의 초 · 중등 교육정책이 거의 모습을 드러냈다. 교과부는 이달 들어 사교육비 절감 대책(4일)과 학교자율화 방안(11일)을 잇달아 내놨다. 공교육을 강화해 사교육 수요를 줄이겠다는 큰 줄기 아래 자율학교 확대 · 수업시수 20%까지 증감 허용 · 교사초빙권 확대 등이 제시됐다.

그러나 교육현장에서는 정작 중요한 '교육 대못'은 뽑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게 내신 9등급제다. 공교육 정상화 방안의 일환으로 모든 학생의 내신성적을 9단계로 나눠 산출하는 제도다. 하지만 학교 및 수업의 다양성 확보를 통한 공교육 정상화에 되레 장애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목6동의 한가람고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이 학교는 이르면 내년부터 대학처럼 학생들이 학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수업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무학년제를 도입하려고 한다. 이옥식 한가람고 교장은 "무학년제를 도입하게 되면 학생들이 학년에 상관없이 자신의 실력에 맞춰 수업을 듣기때문에 기존 방식대로 내신성적을 산출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긴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내신 9등급제는 다양한 수업,그룹별 수업을 가로막는 원인이기도 하다. 학생 수가 적을 수록 9등급 산출은 어려워지고,학생들에게 그만큼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사교육대책에 내신 절대평가 전환방안을 넣으려 했으나 '장기과제'로 남겨뒀다.

사립학교 교원의 유연한 운용문제도 학교 운영 자율성 확보를 위해 뽑아야 할 대못이다. 지난달 29일 마감한 서울 자율형사립고 신청 과정에서 다수 학교는 남는 교원들의 처리문제를 우려해 신청을 포기했다. 재정 등 다른 여건엔 문제가 없는데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남는 교원이 발생할 경우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국 · 공립학교는 학교 간 전근이 가능하지만 교사를 개별 채용하는 사립은 그렇지 못하다. 정부가 발표한 교사초빙 · 전출(전보)요구 권한 등은 사립학교에서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핵심을 건드리지 않고 개혁에 성공할 수는 없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가 민감한 문제는 뒤로 미루고 비교적 손대기 쉬운,임기 내 성공 가능한 것들만 골라 정책에 포함시켰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는 교육 분야에 남아 있는 여러 대못들을 뽑아내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이상은 사회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