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여름방학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0일께부터 주요 대학들은 방학에 들어간다. 방학은 '알바'(아르바이트)의 계절이다. 올해는 경제위기 등으로 호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학생들이 많아 아르바이트 문의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는 단순한 용돈벌이 이상이 될 수 있다. 하기에 따라 자기소개서의 경력란을 채울 수 있는 '스펙'이 되기도 하고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아르바이트 정보업체인 알바몬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4학년의 70% 이상이 방학 아르바이트를 계획하고 있다. 또 아르바이트를 선택하는 1순위 기준은 '취업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인 것으로 조사됐다. 1,2학년 학생들이 급여를 기준으로 삼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취업이 임박할수록 돈벌이보다는 향후 경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얘기다.

아르바이트 전문업체인 알바세상은 경력이나 스펙에 도움이 될 만한 아르바이트로 사무보조나 파워포인트(PPT) 디자인,사이트 관리,음식점 아르바이트 등을 꼽고 있다. 경영이나 기획,사무 쪽에 관심이 있다면 자료입력 아르바이트나 사무보조,경리,회계 아르바이트가 적당하다. 엑셀 등 오피스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알아야 우대받는다. 언론 쪽이나 방송 쪽에 관심이 있다면 방송장비 스태프나 촬영보조,신문사 편집 보조,잡지사 취재 보조 등이 기회가 된다. 정보기술(IT) 분야 진출을 원한다면 인터넷 사이트나 쇼핑몰 사이트 구축,사이트 관리나 관리 보조 등을 알아보자.특히 인터넷 회사들은 프로젝트 등이 몰려 일손이 바쁠 때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학생들을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 웹 디자인 분야 아르바이트 공고도 심심찮게 나오는 만큼 관련 분야 진출 희망자들은 챙겨볼 필요가 있다.

주방 보조나 음식점 서빙 등도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큰 보탬이 된다. 패밀리레스토랑이나 패스트푸드점 같은 경우는 아르바이트로 일을 하다가 업무능력이 좋으면 바로 정직원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도 한다. 또한 점차 직업이 세분화되면서 바리스타나 파티쉐 등을 원하는 구직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커피전문점이나 제과점 주방 보조 아르바이트를 통해 여기에 한발 다가설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

광고 기획이나 제작,PR 쪽에 관심이 있다면 마케팅 · 이벤트 아르바이트를 노려보자.이 역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인턴 또는 정규직으로 채용될 가능성이 높다. 직원으로 채용이 안 되더라도 이 분야 아르바이트 경력은 채용 담당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다.

알바몬은 실무경험을 쌓을 수 있는 대표적인 아르바이트 자리로 의류회사 피팅모델,홍보대행사 클리핑,PPT 디자인,미스터리쇼퍼,게임매니저 등을 꼽고 있다. 의류회사 피팅 모델은 의류 제작을 위한 피팅을 하고 패턴과 섬유 정리 등을 맡는다. 홍보대행사 클리핑은 고객기업과 경쟁사의 언론보도를 취합하고 경향을 분석하는 일을 한다. PPT 디자인은 프레젠테이션용 문서를 작성하고 디자인하는 일을 한다. 특히 대학생들은 PPT를 만들 때 시각적 효과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은데 PPT 관련 아르바이트를 통해 업종별로 현업에서 원하는 PPT 스타일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미스터리 쇼퍼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상품이나 매장을 분석하는 일을 한다. 게임매니저는 게임 커뮤니티를 관리하거나 게임 내 버그(오류)를 파악하는 역할을 한다.

전문가들은 '자기소개서를 채울 생각으로',또는 '실무경험을 늘릴 생각으로' 아르바이트를 마구잡이로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조언하고 있다. 알바몬 김화수 대표는 "실무경험이 쉽게 쌓이는 게 아닌 만큼 본인이 희망하는 직종과 관련해 한 우물을 파는 것이 필요하다"며 "구직에 앞서 업무를 파악하고 법적 권리,보호 내용 등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를 이력서나 자기소개서에 쓸 때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쓰는 것이 좋다. 지원하는 분야와 관련 없는 아르바이트 경력은 아깝더라도 빼는 게 낫다. 실무능력을 어필할 수 있게 쓰는 것도 중요하다. 근무 기간이나 장소 외에도 본인이 투입됐던 프로젝트와 그 중 본인이 담당한 업무내용을 함께 쓰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 없는 부분은 쓰지 말자.보통 면접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읽은 다음 진행된다. 때문에 면접에서 주로 나오는 질문 역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한다. 자칫 아르바이트 경험과 관련된 답변이 우물쭈물하게 나온다면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