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가 석달간 진행해온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12일 최종 마무리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으로 핵심 의혹 규명에는 실패해 `반쪽 수사'라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다.

이번 사건의 핵심축이었던 노 전 대통령 관련 의혹은 영구미제로 남게 됐고, 현 여권 실세가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은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 역시 `몸통'을 찾아내진 못했기 때문이다.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관련해서도 법조계 안팎에서 숱한 의혹이 제기됐으나 검찰은 한차례 조사를 끝으로 무혐의 종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 640만달러 盧 의혹 영구미제로 = 노 전 대통령 관련 의혹의 핵심은 노 전 대통령 측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640만 달러의 뇌물을 받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2007년 6월29일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박 전 회장 측에서 받은 100만 달러와 2008년 2월 박 전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에게 전달한 500만 달러를 모두 노 전 대통령 몫으로 간주, 수사를 벌여왔다.

노 전 대통령은 그러나 재임 중 600만 달러의 존재에 대해 몰랐다며 치열한 장외공방을 벌였고 검찰에 직접 출석했던 4월30일 조사에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이 와중에 검찰은 2007년 9월 박 전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에게 40만달러를 전달한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고, 노 전 대통령은 점점 궁지로 몰리는 양상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23일 노 전 대통령이 급작스레 서거하면서 상황은 확 바뀌어버렸다.

특히 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 안팎에서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검찰 책임론'까지 불거지자 검찰은 서둘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리며 수사를 종결함으로써 이번 사건의 최대 의혹이었던 `640만 달러'의 실체적 진실은 영구미제로 남게 됐다.

◇ 세무조사 무마 로비에 여권실세 개입 의혹 = 노 전 대통령 의혹과 함께 또 다른 핵심 의혹이었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 역시 흐지부지됐다.

검찰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학 동기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을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하고 그의 구속수사에 공을 들여왔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는 검찰이 사면초가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마지막 승부수로 삼았다.

검찰은 지난해 7∼11월 태광실업이 세무조사를 받을 때 천 회장이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에게 조사 중단을 청탁하고 그 대가로 박 전 회장으로부터 7억여원의 금전적 이득을 취한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천 회장의 영장이 발부되면 안정적으로 그의 신병을 확보, 또 다른 여권 실세의 연루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천 회장 사건과 별건으로 세무조사 무마 로비 청탁과 함께 2억원을 받은 혐의로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구속하며 "한나라당 이상득, 정두언 의원에게 부탁했다 거절당했다"는 진술을 받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2일 천 회장 영장이 기각되자 다음날 임채진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명하고 곧바로 청사를 떠나 핵심 의혹에는 접근하지 못했다.

법원이 천 회장 영장 기각 사유로 `로비 대가에 대한 입증이 없다'고 밝혀 검찰은 영장 재청구마저 포기해야 했다.

◇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 의혹 = 검찰은 라 회장 주변 의혹에 대한 수사를 `박연차 게이트' 수사의 마지막 순서로 올려놓고 있었다.

검찰은 일단 노 전 대통령 부분과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 수사를 마무리한 뒤 잠시 휴식기를 보내고 하반기부터 라 회장 관련 수사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었다.

검찰은 꾸준한 내사를 통해 라 회장이 2007년 4월 50억원을 박 전 회장 계좌로 입금했고, 박 전 회장이 이 중 10억원을 빼내 고가의 그림 2점을 사들인 뒤 나중에 그만큼 다시 채워넣은 사실을 확인했다.

라 회장 측은 경남 김해의 가야 C.C 지분 5%를 인수해달라고 부탁하며 10여년 전 회사에서 받은 상여금 등을 전달했다고 해명했지만 검찰은 돈의 성격과 출처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고 수사를 벌여왔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수사 동력이 급격히 약화된 검찰은 6일 라 회장을 피내사자 신분으로 한 차례 소환조사한 채 내사 종결했다.

이밖에 언론 등에 의해 의혹이 제기된 정치권 인사와 전.현직 지방자치단체장 등에 대한 수사도 참고인의 비협조 등으로 사실상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채 수사를 끝낼 수밖에 없었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