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홍콩 인플루엔자 사태이후 처음


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WHO)가 11일 전염병 경보의 최고 단계인 인플루엔자 A[H1N1](신종플루) 바이러스의 대유행(pandemic)을 선언했다.

WHO는 이날 제네바 본부에서 마거릿 찬 사무총장 주재로 비상위원회 회의를 열어 이 같이 결정했다.

찬 총장은 오후 6시 제네바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신종플루의 대유행을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신종플루의 대유행 선언은 1968년 홍콩에서 인플루엔자로 약 100만명이 숨진 이후 41년만에 처음이다.

WHO는 지난 4월 29일 마거릿 찬 사무총장 주재로 열린 제3차 비상위원회 회의에서 신종플루와 관련한 전염병 경보 수준을 `대유행이 임박했음'을 뜻하는 5단계로 격상시켰다.

10일 오전 8시(제네바 시각) 현재 공식으로 보고된 신종플루 감염자 수는 멕시코와 미국을 비롯한 74개국에서 2만7천737명이며, 사망자는 멕시코 106명, 미국 27명, 캐나다 4명, 칠레 2명, 코스타리카와 도미니카공화국 각 1명 등 모두 141명이다.

미국의 감염자 수가 1만3천217명으로 가장 많았고 멕시코 5천717명, 캐나다 2천446명, 칠레 1천694명, 호주 1천224명 등이다.

이로써 신종플루는 북미에서 시작해 유럽과 아시아, 중남미, 대양주, 북아프리카 등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을 제외한 전 세계로 확산됐으며, 감염국가 수로 보아도 전 세계의 3분의 1을 훨씬 넘어섰다.

현 국제보건규정(IHR)은 전염병 경보 6단계인 `대유행'을 선언하려면 신종플루 진원지였던 미주 대륙을 제외한 다른 대륙에서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지역사회에서 인간 대 인간의 감염을 통해 지속적으로 확산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스웨덴 정부는 이날 스톡홀름에서 성명을 통해 "WHO가 신종플루의 전염병 경보를 6단계로 격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보건부 장관도 이날 스코틀랜드 의회에서 "북미 이외 국가들, 특히 호주에서 지역수준의 감염이 지속된다는 점에서 전염병 경보 6단계가 선언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AP 통신을 비롯한 외신들이 전했다.

그러나 스터전 장관은 "전염병 경보를 6단계로 격상시킨다는 것이 신종플루 바이러스의 `심각성'에 대한 판단이 아니다"라면서 "그 것은 단지 이 바이러스의 `지리적 확산'이 대유행의 정의를 충족시키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후쿠다 게이지 WHO 사무차장은 9일 전화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의 주된 관심사는 사람들이 대유행 선언을 듣고서 `과도한 공황상태'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대유행 상황에 대비한 회원국들의 적절한 준비를 촉구한 바 있다.

통상적인 인플루엔자의 경우 사망자는 25만∼30만명 수준이며, 그런 점에 비추어 신종플루의 심각성은 당초 예상보다는 훨씬 약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날 전염병 경보가 6단계로 격상될 경우, WHO는 제약업체들에게 계절용 인플루엔자 백신의 생산을 중지하고 가능한 한 신속히 신종플루 백신을 생산하도록 권고하게 된다.

(제네바연합뉴스) 이 유 특파원 l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