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A씨는 지난해 말 의뢰인 B씨로부터 배우자와의 이혼소송과 부동산처분금지 가처분신청을 진행해 달라는 위임을 받았다. A씨는 사건을 수임하면서 착수금으로 2000만원을 받았고, 재판에서 승소할 경우 B씨 배우자 재산의 1%인 3억5000만원을 성공보수로 받기로 약정했다. A씨는 두 달 가까이 재판을 진행해 B씨가 원하는 결과를 얻었지만 성공보수를 한푼도 받지 못했다. B씨는 소송이 마무리되자 연락을 끊어버렸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수임료를 떼이는 변호사들이 늘고 있다. 사건 수임이 적은 것보다 미수채권이 늘어나고 있는 게 더 힘들다는 변호사가 나올 정도다.

최근 들어 변호사들이 가장 많이 떼이는 돈은 성공보수금이다. 변호사 수임료는 계약 때 받는 '착수금'과 재판에서 승소했을 경우 받는 '성공보수금'으로 나뉜다. 소송 의뢰자들이 승소 후 성공보수금을 지불하지 않은 채 사라지거나 버티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는 것.최근 사건을 맡아 승소했으나 성공보수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변호사 K씨는 "사건을 맡길 때는 절박하게 매달리더니 막상 승소하고 나니까 성공보수금이 너무 높다는 이유로 주지 않는다"며 "승소했을 경우 손해배상금 등 고객이 돈을 돌려받게 되는 민사소송보다 승소해도 돈이 생기지 않는 형사소송에서 돈을 떼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경기침체와 변호사 수 증가로 일감 부족에 시달리는 변호사들이 수임료 지불 가능성을 따져보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사건을 맡는 것도 수임료 분쟁이 늘어나는 한 이유로 꼽히고 있다. 실제 C법무법인은 고객이 급하다고 재촉하는 바람에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소송을 진행했다가 승소하고도 성공보수금을 받지 못했다.

수임료를 지불하지 않는 사건 의뢰인이 증가하면서 소송을 통해 권리를 찾으려는 변호사도 생기고 있다. 과거에는 고객과 성공보수금 문제로 실랑이 하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는데다 적잖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들어선 적극적으로 법에 호소하고 있다. 변호사 D씨는 "최근 6개월가량 진행된 재판의 선고를 앞두고 고객이 일방적으로 계약해지 통보를 하고 성공보수금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법원에 소송을 냈고, F법무법인은 성공보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의뢰인을 상대로 재산가압류를 신청했다.

변호사들은 수임료 떼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 마련에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성공보수금 대신 1주일 단위로 수임료를 받는 '타임차지제'를 도입하거나 성공보수금을 미리 받았다가 패소하면 돌려주는 '선불제' 도입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고객을 다른 곳에 빼앗길 가능성이 높아 대부분 실제 채택하지는 못하고 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