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호흡기 누가 떼어낼지, 떼어낸 후 거취도 논란

세브란스병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연명치료 중단 판결을 받은 김모(77.여) 할머니의 인공호흡기를 떼어내는 것으로 결론을 내림에 따라 공식적 형태의 국내 첫 존엄사가 조만간 시행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존엄사가 어떤 절차를 거쳐 이뤄질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물론 아직 존엄사 시기와 절차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앞으로 환자 보호자와 변호인, 병원 측의 협의에 따라 최종 결정은 달라질 전망이다.

병원 측은 조만간 윤리위원회 소위원회를 열어 존엄사 시기와 절차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의료계는 우선 이번 존엄사가 법원의 판결에 따라 처음으로 공식 시행되는 만큼 국내에 연명치료 중단형태의 존엄사 사례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아직 존엄사에 대한 기준과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법률의 잣대로 의학적 처치를 결정함으로써 자칫 새로운 논란에 불만 댕길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관건은 김 할머니의 인공호흡기를 누가 떼어내느냐 하는 점이다.

현재대로라면 그동안 김 할머니를 진료해 온 주치의가 이 같은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세브란스병원 윤리위원회가 주치의에게 인공호흡기를 떼라고 지시했는데도 이 주치의가 개인적 신념과 의사의 양심 등을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에는 병원에서 주치의를 바꿔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법의 잣대로 연명치료 중단이 결정됐지만, 주치의가 스스로의 양심과 배치된다고 판단할 경우 새로운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김 할머니에게서 인공호흡기를 떼어 내고 나서도 논란은 계속된다.

법원은 병원 측에 김 할머니의 인공호흡기만 제거하라고 했기 때문에 김 할머니에 대한 영양공급 등의 다른 생명연장 처치는 계속 이뤄지게 된다.

지금 상태로 보면 김 할머니에게서 인공호흡기를 떼어내면 당일 안에 사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는 게 세브란스병원의 설명이다.

하지만 병원 측은 김 할머니가 바로 사망하지 않을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인공호흡기를 떼어 낸 김 할머니를 지금처럼 계속해서 중환자실에 둘지, 아니면 집에서 임종을 맞게 할지도 가족들과 합의를 해야 할 부분이다.

현재 김 할머니는 의학적으로 `인공호흡이 필요한 식물인간 상태'에 속해 있다.

심각한 뇌손상으로 인공호흡에 의존하고 있고 주 질환이 회복 불가능한 것으로 의료진은 보고 있다.

존엄사 연구학자인 국립암센터 윤영호 기획실장은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하더라도 의료현장에서의 개별 환자에 대한 치료중단은 변화하는 환자 상태와 치료에 대한 반응 등을 고려해서 의학적 판단과 의료윤리원칙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면서 "이는 법원 또는 병원의 치료 중단 명령을 거부할 의사의 양심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 실장은 "이번 사례가 연명치료 중단과 관련 새로운 틀을 만드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 과정이 매끄럽지 못할 경우 새로운 논란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bi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