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경제가 최악의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인플레이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쪽에서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대폭 낮추고 너무 많은 자금을 공급한 상황에서 위기가 진정되고 돈이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하면 물가가 크게 오르는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반대쪽에서는 여전히 경기침체 국면이며 디플레이션이 걱정되는 상황이어서 가계와 공공 재정에 숨통을 열어주고 소비자들이 지출에 나서도록 자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희대 대학원장인 안재욱 교수는 이 칼럼에서 무조건적으로 디플레이션을 혐오할 필요는 없다며 '불황' 디플레이션과 '성장' 디플레이션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컴퓨터와 같은 첨단기술 부문이나 최근 중국의 경제성장처럼 생산성 증가에 따른 물가 하락으로 사회적 후생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최근 경제위기 후 디플레이션이 걱정된다고 해도 그것은 세계적인 초저금리 정책에 따른 거품 붕괴 과정이라고 본다. 인위적인 호황 뒤에 따르는 불황은 상처난 시장의 치유 과정이라는 것이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초저금리 정책으로 발생한 경제위기를 다시 초저금리 정책과 확대재정 정책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 안 교수는 그로 인해 지금 디플레이션이 아닌 인플레이션 조짐이 다시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시장 치유 과정을 회피하고 계속 정부가 개입하면 시장의 조정 과정을 방해할 뿐이며 우리는 또다시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 교수가 회장으로 있는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는 시장의 자연스러운 조정 과정을 신뢰하고 정부 개입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하이에크 학파에 속한다.

정재형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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