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절차는 보호자.의료진 협의 후 확정

국내에서 처음으로 연명치료에 의존하고 있는 식물인간 상태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떼어내는 공식적인 존엄사가 시행될 전망이다.

10일 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은 이날 오전 윤리위원회를 열어 대법원으로부터 연명치료 중단 판결을 받은 김모(77.여) 할머니의 인공호흡기를 떼어내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 병원 윤리위원회는 손명세 교수를 위원장으로, 내부 위원과 외부 자문위원 등 모두 23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회의는 오전 8시께서부터 시작돼 3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다만 인공호흡기를 떼어내는 시기와 절차는 의료진과 보호자 간에 협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확정한다는 게 병원 측의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인공호흡기를 떼어내는 시기를 결정하기 위해 한차례 이상 윤리위원회가 더 개최될 전망이다.

김 할머니는 작년 2월 폐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직검사를 받다 과다 출혈에 따른 뇌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으며, 환자의 자녀들은 기계장치로 수명을 연장하지 않는 것이 평소 어머니의 뜻이라며 소송을 제기,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병원 측이 자체 마련한 `존엄사 가이드라인'을 보면 현재 김 할머니의 상태는 존엄사 3단계 중 2단계인 '인공호흡이 필요한 식물인간 상태'에 속한다.

심각한 뇌손상으로 인공호흡에 의존하고 있고 주 질환이 회복 불가능한 상태라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따라서 인공호흡기를 떼어내는 것만으로도 김 할머니의 생명연장은 오래 이어지기 힘들 것으로 의료진은 보고 있다.

윤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여 존엄사를 시행키로 결정한 데 의미가 있다"면서 "조속한 존엄사 시행을 요구하는 보호자 측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는 만큼 그 뜻을 배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bi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