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소식 이후엔 고객 발길이 뚝 끊겼습니다. 지난달부터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데,이젠 빚내서 생활해야 할 것 같아요. "

9일 서울 강남의 쌍용자동차 매장에서 만난 한 영업직 사원의 하소연이다. 그는 "이곳에서 주문에 대지 못하고 있는 차량만 40여대에 달한다"며 "차가 없어 발길을 돌리는 고객 뒷모습을 볼 때가 가장 가슴이 쓰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 전시차 10대 안팎을 세워놓던 이 영업소 1층엔 체어맨과 로디우스 등 3대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2층 역시 전시차가 2대뿐이었다. 차량을 빨리 출고해 달라는 계약자 성화에 못 이겨 전시차까지 내줬다는 게 영업소 측 설명이다. 현재 미출고 차량은 쌍용차 전체적으로 내수 3300대,수출 1700대 등 5000여대다. 하지만 이달 들어 소비자에게 인도된 차량은 82대에 불과했다.

지난달 21일 노조의 총파업 이후 평택공장 생산이 전면 중단되면서 쌍용차 현금흐름에도 비상이 걸렸다. 법정관리를 받고 있어 매일 법원 승인을 거쳐 자금을 사용하는데, 판매가 올스톱되면서 가용자금이 턱없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노조 파업에 따른 매출 손실액은 지난 8일까지 총 1050억원.생산차질이 4821대 발생한 탓이다. 이달에만 230억원(1028대)의 매출손실을 봤다.

정리해고 직전 쌍용차의 한 달 인건비가 200여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파업으로 약 5개월치의 임금에 해당하는 매출손실이 생긴 셈이다. 사측은 파업이 이달 말까지 계속될 경우 생산차질이 9193대,매출손실이 199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정부의 세제지원 덕에 다른 완성차 업체들은 5~6월 최대 특수를 누리고 있지만,쌍용차는 파업 때문에 기회를 모두 놓치고 있다"며 "직원들 사이에서 이러다가 진짜 망하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크다"고 전했다.

정리해고자를 제외한 쌍용차 관리직 · 기술직 · 연구직 등 1000여명은 이날 평택공장 후문에서 궐기대회를 열어 생산 재개를 촉구했다. 파업 참여를 거부한 생산직 800여 명의 지난 8일 결의대회 후 두 번째다.

10일엔 전체 직원 4500여명이 평택 종합운동장에 모여 '쌍용차의 성공적 회생을 위한 전 임직원 결의대회'를 연다. 이후 평택시청 평택경찰서 등 정부기관을 항의 방문하는 한편 노조의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가두시위에 나서기로 했다. 노 · 노 간 충돌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는 평택공장 출입문을 컨테이너와 철조망으로 차단하는 한편 내부 곳곳에 쇠파이프를 쌓아 놓는 등 강경 투쟁을 다짐했다. 노조는 "정리해고 계획을 철회하지 않는 한 옥쇄파업을 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