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원 사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

지난 5일 오전 경기도 과천정부청사 대강당.전날 임채진 검찰총장의 사표제출로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법무부가 경력 변호사 출신 신임 검사 임관식을 열었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신임 검사 28명에 대해 당부를 전하며 피의자 인권 보호를 유독 강조했다. 김 장관은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와 관계인들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며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의욕이 앞선 나머지 인권이나 인격을 부당하게 해쳐서는 안 된다. 인권이 경시되는 가운데 얻은 진실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절제와 겸양의 미덕을 갖춘 검사가 돼 달라"고 주문했다. "검사 한 사람의 결정이 사회에 미치는 파장은 예상 밖으로 크며,한 순간의 경솔한 판단이 검사의 명예를 무너뜨리고 검찰 조직 전체에 대한 신뢰에도 금이 가게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 투신 서거로 검찰에 대한 비난여론을 의식한 발언으로 들렸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 수사에서 기소 전 피의사실 공표 등으로 인권을 침해했고,불필요하게 시간을 끌어 당사자의 고통을 가중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김 장관의 발언은 이날 오후 임채진 전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법무부로부터 종종 수사지휘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빛이 바랬다. 노 전 대통령 수사에 법무부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임 전 총장은 박연차 게이트 수사와 관련,"법무부나 청와대 등에서 압박은 없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노 코멘트"라고 답해 이 같은 의혹을 증폭시켰다. 물론 애매모호한 답변으로 검찰총수로서의 책임을 일부 회피하려는 임 전 총장의 태도를 옹호하고 싶지는 않다. 그에겐 검찰의 수사권 독립을 지켜내야 할 막중한 책무가 있었기 때문이다.

법무부도 이날 밤늦게 보도자료를 내고 "정책적인 판단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서면으로 일반적인 지시를 하는 경우는 있으나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지휘권을 행사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의혹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민들은 법무부가 인권을 침해하는 수사를 지휘하지 않았고,앞으로도 그러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새로 임관한 28명을 비롯한 검찰청의 모든 검사들의 바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