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서 한 진술 번복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부인인 이모(50)씨는 5일 "박 전 회장이 건넨 1억원어치의 백화점 상품권을 남편이 혼자 해외여행을 떠난 데 화가 나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규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씨는 "검찰 조사 때 `상품권을 돌려주려 했으나 남편이 (민정수석직에서) 퇴임한 뒤라 그냥 써도 괜찮다는 박 전 회장의 말을 전해듣고 썼다'고 진술한 것은 거짓말이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진술을 번복한 이유로 "검찰이 조사 과정에서 상품권으로 산 물건들의 사진을 보여줘 심한 수치심을 느껴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2007년 9월 추석 연휴에 남편이 혼자 일본 여행을 가자 화가 나 박 전 회장에게 받아 개인 금고에 3년 가까이 보관해온 1억원어치의 상품권을 꺼내 이틀 만에 수천만원대의 명품 시계와 반지를 구입하는데 모두 사용했다고 이씨는 진술했다.

이씨는 또 "남편이 상품권을 받아 온 직후 돌려주려다 박 전 회장과 연락이 되지 않자 나에게 수차례에 걸쳐 돌려주라고 당부했으나 여러 사정으로 인해 돌려주지 못하고 보관해 왔다"고 밝혔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한 차례 연기됐다 열린 이날 공판에서 이씨는 눈물을 짓기도 했으며 피고인석에 앉은 박 전 수석은 증인신문 내내 부인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박 전 수석은 앞서 노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했으나 증인으로 채택된 부인의 진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었다.

박 전 수석은 2004년 12월 참여정부 민정수석 재직 때 박 전 회장으로부터 1억원어치의 상품권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지난 4월 구속기소됐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