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만 12개월 여아가 중국에서 유행하는 엔테로바이러스 71형(EV71)에 의한 수족구병으로 뇌사상태에 빠졌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26일 손에 발진이 발생해 소아과의원 진료 후 증세가 사라졌다가 지난 1일 발열, 경련 등 증세로 중환자실에 입원한 뒤 폐출혈, 혼수상태가 이어져 현재 뇌사상태라고 5일 밝혔다.

이 여아는 지난달 29일에는 일본뇌염 예방접종을 받았고 다음날 발열, 구토 증상으로 소아과에서 해열제를 복용한뒤 증상이 회복되다가 이같은 변을 당했다.

질병관리본부는 현재까지 역학조사 결과, 여아는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았으며 형제·자매도 없어 수족구병 유증상자와의 접촉력도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추정 가능한 감염경로에 대해 정밀 조사하고 있다.

일본뇌염예방접종 부작용 연관관계를 밝히기 위해 4일 열렸던 예방접종피해보상심의위원회는 환자의 검체에서 수족구병의 원인 바이러스인 EV71이 검출됐음을 고려할 때 수족구병의 합병증 동반 사례로 잠정 추정된다고 진단했다.

일본뇌염 생백신 접종으로 인해 수족구병이 악화될 수 있는지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전병율 질병관리본부 전염병대응센터장은 "확인된 EV71은 중국에서 유행하는 것과 유전체 염기설이 99.8% 일치해 우리나라에서 EV71이 유입됐음이 확실하고 상당 부분 토착화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EV71이 지속적으로 합병증 동반사례가 나타나고 있는데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들어 뇌막염, 뇌염, 수막염 등 수족구병 합병증 동반 사례는 총 18건이 확인됐으며, 이중 14건에서 EV71형이 검출됐다.

14건에는 지난달 발생한 12개월 영아 사망 사례가 포함돼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186개 소아청소년과 개원의사가 참여하는 표본감시 결과에서도 지속적으로 수족구병 환자가 증가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수족구병은 감염된 사람의 대변 또는 침, 콧물 등을 통해서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므로 예방을 위해서는 손 씻기를 생활화하는 등 개인위생 관리에 철저해야 한다"며 "수족구병이 의심될 경우 신속히 의료기관 진료를 받을 것과, 확산방지를 위해 유치원, 학교 등에 보내지 말고 전염기간 집에서 치료할 것"을 권고했다.

한편 보건복지가족부는 오는 9일까지 수족구병과 엔테로바이러스감염증을 각각 지정전염병으로 등재하기 위해 입안 예고를 진행하고 있으며 마무리되는대로 수족구병은 환자 감시 대상으로, 엔테로바이러스감염증은 병원체 감시대상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유경수 기자 y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