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진 검찰총장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4일 출근하지 않자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보다 더 깊은 침묵 속에 빠져들었다.

임 총장은 전날 오전 "상상할 수 없는 변고로 국민을 슬프게 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사표를 제출하고서는 곧바로 지방으로 내려갔으며, 청와대에서 사표를 수리한다는 연락이 있을 때까지 휴가를 계속 연장할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간부들은 문성우 대검 차장에게 이날 오전보고를 하고 통상적인 업무를 이어갔지만, 대외업무는 뒤로 미루는 등 외부 접촉을 최대한 줄여 자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임 총장의 사표 소식을 접한 검찰 내부는 침통함과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으며 `어쩌다 검찰이 이렇게 바닥까지 추락했을까'라는 자괴감과 자책감이 참모진부터 일선까지 널리 퍼져 있는 상황이다.

대검의 한 간부는 "도대체 해결책이 안 보인다"며 무기력감을 호소했다.

또 다른 검사는 "`박연차 게이트' 사건으로 표적수사와 편파수사, 짜맞추기식 수사에 이어 무능한 검찰이라는 수식까지 온갖 나쁜 말은 다 듣고 있다"며 "워낙 비난이 거세다 보니 검찰조직을 떠나고 싶어하는 검사들도 있다"며 내부 분위기를 전달했다.

검찰 내부에선 `중수부 책임론'도 거세지고 있다.

이인규 중수부장을 비롯한 수사팀이 무리수를 두는 바람에 검찰총장의 사퇴는 물론 조직 전체에 크나큰 오명을 가져온 만큼 어떤 식으로든 책임추궁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수부장의 조기 사퇴와 함께 하반기 인사 때 중수부 연구관들의 전원 교체 방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간부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언제, 어떻게 마무리하느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이어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의 영장이 기각되고 총장이 사표를 내면서 수사동력이 완전히 끊겨버렸고, 피의자와 참고인 모두 소환에 불응하고 있어 수사가 벽에 부딪힌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아예 수사팀을 조기에 교체하고 새 수사팀이 시간을 갖고 마무리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