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교수 100여명은 3일 오전 11시 교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주의의 후퇴를 우려한다"는 내용의 시국 성명을 발표했다.

서울대 교수 124명은 이날 '민주주의의 후퇴를 우려하는 서울대 교수 일동' 명의로 발표한 시국 성명을 통해 "희생을 치러가며 이루어낸 민주주의가 어려움에 빠진 현 시국을 깊이 염려한다"며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는 민주주의의 큰 틀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수들은 이나 성명에서 "국민은 전직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 앞에서 큰 아픔을 겪고 있다"며 "길게 늘어선 조문 행렬은 단지 추모의 물결만은 아닌,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착잡한 심경으로 나라의 앞날을 가슴속 깊이 걱정하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수십 년간 온갖 희생을 치러가며 이루어낸 민주주의가 어려움에 빠진 현 시국을 깊이 염려하고 있다" 며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에 대한 소환장 남발, 온라인 상의 의견수렴 제약, 집회 관련법 독소조항은 시민사회의 강한 비판에 부딪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관련된 검찰 수사 과정은 "엄정한 공직자 비리 수사라고 하기 곤란하며 상식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비난했다.

교수들은 이날 "현 정부는 전직 대통령 관련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사죄해야 한다"며 "정적이나 사회적 약자에게만 엄격한 검찰 수사에 대한 근본적 반성과 개선"을 요구했다.

이들은 "전직 대통령의 검찰 수사 과정은 정치보복의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라며 "검찰은 국가원수를 지낸 이를 소환조사까지 했음에도 3주가 지나도록 사건 처리 방침을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추가 비리 의혹을 언론에 흘려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게 견디기 힘든 인격적 모독을 집요하게 가했다"고 덧붙였다.

또 "문제는 정치노선의 차이나 이념의 대립이 아니라 기본적인 인권 존중과 민주적 원칙의 실천"이라고 주장했다. 또 "모든 국민의 삶을 넉넉히 포용하는 열린 정치를 구현하는 정부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밖에도 '현직 대법관 촛불집회 재판 연루', '지난 1월 용산 철거민 사태', '미디어 관련 법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교수들은 '신영철 대법관이 촛불집회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현 정권은 사법부의 권위와 독립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에 상처를 입히고 재판의 독립을 수호하려는 법관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1월 용산 참사를 언급하며 "지난 1월 철거민 농성에 대한 무모한 진압으로 빚어진 참사는 올해 벌어질 갖가지 퇴행적 사건을 예고했다"고 말한 후, "포기했던 대운하는 4대강 살리기로 탈바꿈하고, 그간의 대북정책이 거둔 성과도 큰 위험에 처했다"며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미디어 관련 법안에 대해서는 "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 또한 훼손되었다"며 "국회에서 폭력사태까지 초래한 미디어 관련 법안들은 원만한 민주적 논의절차를 거쳤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교수들은 이날 시국 성명 발표를 통해 "이 대통령과 현 정부가 전직 대통령에 대한 범국민적 애도 속에 주어진 화해의 기회를 잘 살리고 국민의 뜻에 부응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이들은 이에 따른 요구사항으로 정부에게 "스스로 나서서 국민과 소통하고 연대하는 정치를 선언할 것"과 "표현·집회·언론의 자유 등 민주사회의 기본권을 보장할 것" 등을 요구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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