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충격으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박연차 리스트' 관련 재판이 차질을 빚고 있다.

2일 서울중앙지법 관계자에 따르면 오는 5일로 예정됐던 송은복 전 김해시장에 대한 공판이 박 전 회장 건강 때문에 2주일 뒤인 19일로 연기됐다. 이 공판에는 박 전 회장이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다. 송 전 시장이 박 전 회장으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10억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어 검찰은 박 전 회장을 증인으로 내세우기로 했다. 검찰은 '돈을 줬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박 전 회장을 증인으로 세우면 유죄 판결을 받아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박 전 회장의 건강 악화로 재판은 연기됐다.

중앙지법 관계자는 "검찰이 박 전 회장의 심신 불안 등을 이유로 재판부에 재판 기일 연기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박 전 회장 측 관계자는 "최근 휠체어에 의존할 정도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노 전 대통령 서거 충격으로 육체적 정신적으로 더 쇠약해졌다"고 전했다. 박 전 회장이 증인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은 박 게이트 관련 나머지 재판들도 일정 연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박 게이트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이들은 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관,정대근 전 농협 회장,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광재 민주당 의원,이정욱 전 해양수산개발원장 등이다.

검찰 내부에선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충격으로 박 전 회장이 진술을 번복하거나 진술을 거부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혐의의 상당 부분을 박 전 회장의 진술에 의존하고 있는 검찰로서는 박 전 회장의 건강 악화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