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제3차장검사실에서 열린 기자 브리핑.최재경 차장검사는 "남중수 전 KT 사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의 부인 김모씨를 약식기소했다"고 밝혔다. 진 전 장관이 2006년 5월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부인 김씨가 남 전 사장이 진 전 장관의 정책보좌관 임모씨를 통해 건넨 3000만원을 받고선 영수증 처리를 안한 혐의다. 최 차장검사는 "김씨가 (남편의) 선거자금으로 쓴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그러나 진 전 장관에 대해서는 사법처리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진 전 장관이 (부인의 돈 수수 사실을) 알았다는 정황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진 전 장관 사건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건이 오버랩되면서 기자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부인 김씨가 정책보좌관을 통해 거금을 받았고,이를 개인용도가 아닌 선거자금으로 썼는데도 진 전 장관은 이를 몰랐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경우 역시 본인 모르게 부인이 돈을 받은 데다 개인용도로 사용됐다고 주장했는데도 노 전 대통령이 이를 알았을 것이라며 구속까지 검토했었다.

"상세하게 묻지 말아달라"는 최 차장검사의 요청에 따라 추가 질문없이 브리핑은 끝났다. 기자들은 "아마 노 전 대통령 사건과는 정황이나 물적 증거 등에 있어서 차이가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노 전 대통령 투신 서거로 인해 검찰의 뇌물수사가 위축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대검찰청은 이날 공교롭게도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유감스러우나 수사의 정당성과 당위성이 손상돼서는 안 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무리한' 수사의혹 여론에 매우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진 검찰 처지도 백분 이해가 된다. 발표처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법에 따른 정당한 것이었다면 '박연차 게이트'는 물론 다른 뇌물사건에 대한 수사도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검찰이 정치적 상황에 따라 여러 잣대로 수사의 칼날을 휘두르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기 때문이다. 임채진 검찰총장이 평소 강조해온 '원칙에 따른 수사'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임도원 사회부 기자 van7691@hankyh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