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3층 일부 임대..연구원 개인공간 2평

"외국 학자들 초청은 고사하고 수학 연구자들을 만나보겠다는 어린이들도 반갑게 맞을 수 없는 상황이니..."
국내 유일의 국책 수리과학 전문연구기관인 국가수리과학연구소 김정한(47) 소장은 28일 수리과학연구소의 현황을 설명하면서 푸념을 쏟아냈다.

국내 전문 수학자들의 연구기관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는 수리과학연구소는 현재 대전시 유성구 대덕대로 상업지구 한복판에 있는 상가건물의 3층 일부만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각종 상가가 들어선 이 건물 바깥에서 봐서는 조그만 간판을 내걸고 들어선 이 연구소가 '수학학원인지 연구소인지 모르겠다'는 말을 자아내게 할 정도다.

특히 상주연구원이 54명에 달하는 데도 내부 면적은 700여㎡에 불과한 실정이고, 더욱이 핵심연구인력이라고 볼 수 있는 전임연구원은 창문 하나 없는 밀폐된 공간 6㎡ 정도만 차지하고 있다는 것.
김 소장은 "최근 커리어캐스트닷컴의 '미국의 좋은 직업과 나쁜 직업 순위' 자료에서 수학자가 1위로 꼽힌 것은 물론이고 가장 좋은 직업 10개 중 수학 관련 직업이 7개에 달했다는 보도를 볼 때, 현재의 한국 수학자들이 처한 상황과 어떻게 연결시켜야 할 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미국 MSRI, 중국 AMSS, 프랑스 IHES 등 해외 수리과학연구소는 공통적으로 최소한 4층 이상의 건물을 갖추고 있으며, 100명 이상 수용 가능한 대형 강의실과 세미나실, 도서관, 시청각실 등을 보유하고 있다고 김 소장은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수리과학연구소는 독립적 건물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연구소 내부적으로 청사 건립 계획안만 세워 놓은 상태다.

지난 2005년 출범한 이 연구소의 두번째 소장으로 지난해 10월 부임한 김 소장은 "사실 수학자들은 공기 속 산소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절대로 없어서는 안될 중차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리과학연구소가 현재 중점적으로 수행 중인 프로젝트는 이른바 '미래 인터넷 네트워크 모델' 개발이다.

이는 현재의 인터넷, 이동통신망, 방송망 등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미래의 폭발적인 수요를 지원할 수 있는 새로운 네트워크를 말하며 KAIST, 서울대와의 공동 프로젝트로 2014년까지 총 170억원의 사업비가 책정돼 있다.

수리과학연구소는 이밖에 수리적 뇌기능 판독 연구, 공학해석 수치프로그램 개발 등 국가어젠다프로젝트(NAP)와 관련해 수학적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을 산업체에 제공하고 국제적 수리과학 학술교류을 위한 중심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김 소장은 "우리 연구소는 수리과학 전문인력도 양성함과 함께 연구결과를 IT, GT, BT 기업체와 공동으로 활용하는 문제 등 수학의 유용성 및 용이성을 널리 알리는 데 첨병이 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연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김 소장은 미국 럿거스대에서 수학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마이크로소프트 수석연구원 등을 거쳐 지난 2006년 연세대 수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지난 2007년 그는 옛 과학기술부 및 과학문화재단 선정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 1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섭 기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