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디스크로 여겨 치료 늦어져
조기 약물치료로 장애 발생 막아야
[건강한 인생] 뇌·척수·시신경 손상 '다발성경화증' 아시나요

유럽이나 북미처럼 적도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선 흔하지만 적도에 근접한 국가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는 질병이 있다. 다발성경화증은 전 세계적으로 약 250만명의 환자가 있고 국내서도 2300명가량의 환자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희귀질환이다.

말 그대로 신체 여러 부위가 딱딱하게 굳어지는 질환이지만 주된 부위가 뇌 척수 시신경 등 인체의 사령탑인 중추신경계이기 때문에 전신적인 증상을 나타낸다. 체내 면역세포 중 일부가 인체의 일부를 항원으로 인식해 과잉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의 하나로 주로 신경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방어막의 일종인 수초가 면역세포에 의해 손상된다.

손상된 신경세포 부위가 굳어지면 신경전달이 제대로 안돼 만성피로,시야의 혼탁과 겹쳐보임,근육의 경련 또는 강직,사지의 무감각이나 마미,어지럼증이나 어눌한 말투,방광조절 기능 상실,우울증 등 다양한 증상이 일어나게 된다. 발병원인은 불명확하지만 적도에서 멀리 떨어지면 일조량이 적어 이에 영향을 받는 바이러스와 세균이 인체를 공격할 것이라는 가설이 나와 있다. 유전질환은 아니지만 부모 중 한명이 이 병을 앓으면 자녀 역시 발병할 가능성이 2% 선인 것으로 조사돼 있다.

최근 바이엘헬스케어(바이엘쉐링제약)는 다발성경화증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을 넓히고 조기치료와 환자들의 사회적응을 돕기 위한 '행복한 동행'캠페인을 시작했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김광국 교수팀과 한국다발성경화증환우회가 국내 다발성경화증 환자 1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6%가 진단 전에는 이 병명을 들어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부분의 환자는 초기에 허리디스크나 척수염,신경성 통증 또는 마비,시력 이상 등을 의심하다가 다발성경화증으로 최종 진단받았다. 증상을 처음 느낀 시점으로부터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는 평균 2년5개월 걸렸으며 최종 진단까지 평균 3개 병원을 방문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확진을 받기까지 총 5개 이상의 병원을 방문한 환자도 17%에 달했다. 이처럼 질환에 대한 인식이 낮기 때문에 초기치료가 어려워져 병을 악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교수는 "다발성경화증은 발병 뒤 처음 일년 동안은 나머지 기간에 비해 4배나 많은 신경손상을 유발한다"며 "이 질병은 꾸준히 지속되는 진행성 질환이지만 초기에 적절한 약물로 치료를 시작하면 병의 진행과 장애 발생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질환의 대표적 치료제는 바이엘쉐링의 베타페론(성분명 인터페론 베타-1b)이다. 지난달 미국신경학회(AAN)에 이 약을 이용해 16년간 치료한 환자들의 임상연구결과가 발표됐다. 372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베타페론을 발병 초기부터 꾸준히 투여할 경우 다발성경화증 장애 기준(EDSS)이 6 이상(휠체어 사용 또는 2차 진행형 다발성 경화증으로 진행)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를 주관한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대학 다발성경화증센터의 더글라스 구딘 교수는 "베타페론을 장기간 투여하면 피부의 발적과 염증,신장과 간기능의 저하,혈액이상 등의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으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치료효과의 이점이 많았고 같은 기간 동안 투여하더라도 조기에 치료를 시작한 경우에서 더 나은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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