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학생건강검사 결과를 보면 남학생은 급성장기가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 사이,여학생은 초등학교 4~5학년 때인 것으로 조사됐다. 10년 전에 비해서 1년 정도 앞당겨진 것인데 이는 생활습관의 변화로 요즘 어린이들의 신체 성숙도가 빨라진 때문으로 보인다. 그만큼 어린이들이 처음으로 월경이나 몽정을 하는 시기는 부모 세대에 비해 평균 3년 정도 이르다. 이 같은 현상은 영양의 과잉섭취와 운동부족으로 체지방률이 증가해 성호르몬의 분비가 촉진되고 이로 인해 사춘기가 일찍 찾아오는 것과 관련성이 깊다.

나이가 어릴수록 비만 증가율은 더 높아져 초등학생의 비만율은 최근 3년 동안 무려 2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최근 서울시 교육청이 내놓은 자료에 의하면 서울 시내 6학년 여학생은 93%,남학생은 91%가 과체중 또는 비만으로 조사될 정도다.

어린이들의 비만(높은 체지방률)으로 인한 조기성숙(정형화되면 성조숙증)은 한창 키가 클 시기의 성장을 방해한다. 높은 체지방률이 성장판을 닫히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학생의 경우 초등학교 3학년 이전에 가슴멍울이 생기는 등 성징이 나타나거나 체중이 30㎏이상 나가면 혈중 여성호르몬 검사 등을 통해 조기성숙 여부를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

3년 전에 필자를 찾아온 최군은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는데 본원의 '미래 키 예측 프로그램'으로 측정해보니 성인이 된 후 최종 키가 167㎝일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중1 학생이 키 155㎝에 체중이 66㎏이나 나가는 비만이다보니 조기성숙의 징조가 짙었는데 아빠는 172㎝,엄마는 160㎝나 되는 적잖은 신장을 갖고 있어 필자의 말을 믿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클리닉에서는 최종 키가 175㎝로 나왔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치료를 거부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후에 키가 크지 않자 다시 찾아왔는데 최군은 키 168㎝,체중 84㎏으로 고도비만에 성장판이 모두 닫혀서 치료시기를 놓쳤을 뿐만 아니라 지방간까지 와서 건강마저 위협받고 있었다.

최군의 사례처럼 조기성숙에 의한 성장장애는 적기 치료도 중요하지만 치료경험이 풍부한 곳을 찾아야 효과적이다. 조기성숙으로 진단받은 경우 클리닉마다 예상하는 최종 키가 최대 10㎝이상까지 오차가 나는 수가 많다. 임상경험이 부족한 곳일수록 장비에만 전적으로 의존해 최종 키를 예단하기 때문이다.

키를 진단하는 방법으로 가장 흔히 쓰이는 'TW3'검사는 성장판 폐쇄 시기까지 천천히 골화(骨化 · 뼈가 단단해지는 현상)가 진행되는 손목 이하 손가락뼈 13개에 각각 '뼈 나이'점수를 매겨서 최종 키를 산출하는 방법이다. 더욱이 이 방식은 원래 유럽과 미국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에게 그대로 적용하면 큰 오차가 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성조숙증으로 보이는 아이를 둔 부모는 비용이 들고 번거로워도 세 곳 이상에서 검사를 받아보고 비교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