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은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해야 합니다. 다만 이대로 끌고 가면 경기 회복 이후에도 생존할 수 있을지 기업들이 냉철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은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와 협의해 위기 이후에 대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광철 한국경제신문 부국장 겸 경제부장이 지난 29일 과천 집무실에서 이 장관을 만났다.

―산업정책적인 관점에서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소극적이라고 보지 않나. 최근 '기업들의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배경은 뭔가.

"많은 그룹이 금융회사에서 여러가지 얘기를 듣고 있는 것으로 안다. 금융회사와 기업들이 스스로 평가할 것이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구조조정과 인수 · 합병(M&A)을 통해 위기 이후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체질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일자리나누기 운동도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하자는 것이지 경쟁력을 훼손해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로 해서는 안 된다. "

―고환율(원화 약세) 효과에 안주한 측면도 있는 것 같은데.

"정부는 원화 강세에 대비해야 한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왔다. 기업도 이를 감안한 경영전략을 짠 것으로 안다. 고환율의 신기루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 생산성을 높이고 원가를 절감하는 한편 고부가가치 제품을 내놓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

―기업들의 투자 상황은 어떻게 보나.

"10개 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보니 3곳은 투자를 늘렸고 2곳은 줄였더라.거의 투자를 못 한 곳도 있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4대 그룹의 연구 · 개발(R&D) 투자가 많이 늘었다는 점이다. 아직 불확실성이 커 과감하게 치고 나가지는 못 하는 것 같다. 연말이나 내년에 세계경기가 회복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향후 1,2년을 보고 투자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것 아닌가.

"정부가 녹색산업과 신성장동력 분야에서 다양한 투자 대상과 가이드 라인을 잘 선정해 놓고 있다고 본다. 과감한 재정투자도 계획돼 있다. 대기업들이 녹색산업과 신성장동력에서 사업영역과 코드가 맞으면서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해 투자하면 정부는 적극 지원할 것이다. "

―5월 수출 실적은 어떤가.

"수출감소율이 다시 확대됐다. 5월 무역수지는 45억~50억달러 정도 흑자가 난다. 하반기엔 환율 하락과 유가 상승으로 무역수지 흑자폭은 다소 줄겠지만 연간으로는 150억~200억달러 흑자가 날 것으로 본다. "

―위기 이후에 녹색산업에서 성패가 갈릴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반면 과열 또는 거품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5~10년 뒤라면 몰라도 아직은 거품이 아니다.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대규모 투자가 들어간 것은 아니다. 태양광 투자가 많이 됐다고 하지만 앞으로 해야 할 것에 비하면 많은 것은 아니다. "

―정부가 기후 변화 대응에 너무 앞서나가면서 기업들이 과도한 부담을 지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데.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경제 규모를 감안할 때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정부는 연내 중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발표한다. 산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것이다. 기업이 못 따라와 경제에 마이너스가 될 정도로 목표를 세우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정도 고통이 따르겠지만 (기업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끌고 가려고 한다. "

―한국형 원전은 언제쯤 수출되나. 이라크 쿠르드 유전에선 좋은 소식이 없나.

"우리 원전업계는 세계 최고 수준의 건설과 운영 노하우를 갖고 있다. 연내 첫 수출길을 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첫 수출로 물꼬를 터야만 한다. 쿠르드 유전은 9월 말 시추에 들어가는 바지안 광구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지질학적으로 연결된 인접 광구에서 대규모 매장량이 확인돼 기대가 크다. "

―자원 확보도 중요하지만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는 게 기본인데.

"녹색성장도 에너지 절약부터 시작해야 한다. 유가가 60달러를 넘어서고 있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한국은 에너지값이 싼 편이다.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과 에너지 낭비를 막기 위해서도 전기와 가스요금은 적정한 수준이 돼야 한다. "

정리=류시훈/사진=김영우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