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서울 도심이 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시위대 가운데 일부는 대기 중이던 경찰버스에 난입해 경찰을 폭행하고 지나가는 차를 훼손하는 등 과격 양상을 보였다.

민주노총과 진보연대,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등으로 구성된 '노동탄압분쇄 · 민중생존권 · 민주주의 쟁취를 위한 공동행동'은 지난 30일 오후 6시부터 서울 서소문로와 태평로 등 도로를 점거한 채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2500여명이 시위에 참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단체는 당초 오후 4시 서울광장에서 '범국민대회'를 열기로 했으나 경찰이 이를 불허하고 원천봉쇄하자 차도를 점거하면서 불법 시위로 맞섰다.

서울광장에서 경찰 저지선과 맞닥뜨린 시위대는 덕수궁 대한문 인근 도로로 빠져나와 산발적으로 시위를 했고,일부는 각목과 삽 등을 휘두르며 경찰과 맞서고 경찰버스를 파손했다. 대한문 앞 노 전 대통령 분향소 화환에 있던 대나무를 빼내 시위용 죽봉으로 삼기도 했다. 특히 일부는 돌을 던져 경찰버스 유리창을 깨고 타이어 바람을 빼는가 하면 버스 안에 난입해 쉬고 있던 경찰관들을 폭행한 뒤 달아나기도 했다. 이 일대 차량 정체가 극심해지자 지나가던 운전자들은 차량 경적을 울려 시위대에 항의했고 시위대 중 일부가 이들 차를 발로 차 훼손하는 일도 벌어졌다.

경찰은 이날 전 · 의경 179개 중대와 물포 8대 등을 동원해 집회를 막았으며 시위 참가자 72명을 연행했다. 이날 시위는 오후 9시를 넘어서면서 과격 시위대가 일부 빠지고 촛불을 든 일반 시민들이 그 자리를 채우면서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