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계열 우리은행이 '우리은행'이란 상표를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다만 상호인 우리은행이 아니라 우리은행이 제공하는 서비스인 상표에 대한 판결이어서 우리은행이란 상호는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대법원 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국민은행 등 8개 시중은행들이 우리금융지주 등을 상대로 제기한 '우리은행' 상표등록 무효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환송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누구든지 아무 제약 없이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 '우리'란 단어를 일반인이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을 방해해 공공질서를 어지럽히고,'우리'라는 용어에 대한 이익을 등록권자에게 독점시킴으로써 은행업계의 공정한 경쟁을 막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자신이 거래하는 은행을 부를 때 또는 은행 종사자가 자신이 다니는 은행을 부를 때 하는 말인 '우리 은행'과 외관이 동일해 불편을 가중시킨다"며 "우리 민족이 사용하는 가장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인칭대명사를 상표로 등록할 수 없도록 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원고 측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의 김원일 변호사는 "공공의 영역에 속하는 표현을 누군가가 독점해 상표로 사용하는 것은 공공의 질서에 반한다는 취지를 분명히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은 "이번 소송은 상호 소송이 아닌 상표 소송이어서 은행의 명칭 사용과는 무관하다"며 "앞으로도 우리은행 상호를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A라는 업체가 B라는 이름의 상품을 만들어 판매할 때 이 업체의 상호는 A,상표는 B가 된다. 우리은행의 경우 상표를 상호와 같은 이름으로 특허청에 등록했다. 이번 판결로 '우리은행'이라는 상표가 상표법에 의해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됐지만 그렇다고 상호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은행들이 우리은행이라는 상표를 사용하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이란 상표는 10년 동안 사용돼 모든 국민이 알고 있는 만큼 우리은행만이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이름을 둘러싼 논란은 2002년부터 시작됐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합병으로 출범한 한빛은행이 2002년 우리은행으로 개명할 때 감독당국은 그동안 허락하지 않던 '우리은행'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8개 시중은행은 2005년 "우리은행이 인칭대명사를 상표화해 공중이 자유롭게 사용할 표현을 독점하고 소비자들에게 불편을 끼치며 은행직원 간 의사소통에도 혼란을 초래한다"며 등록무효 소송을 특허법원에 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