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화산 중턱에 있는 부엉이바위에서 투신하기 직전 31분가량을 경호관 없이 혼자 있었던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경남지방경찰청 이노구 수사과장은 27일 창원 경남경찰청 2층 회의실에서 중간 수사 결과 브리핑을 갖고 이병춘 경호관이 '정토원 원장이 있는지 확인해 보라'는 노 전 대통령의 심부름을 받고 정토사로 출발한 시간이 오전 6시14분,부엉이바위로 돌아온 시간이 오전 6시17분이라며 "이 3분 사이에 투신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이 과장은 "이후 부엉이바위 아래에서 발견된 시간이 오전 6시45분이어서 노 전 대통령은 총 31분가량 경호를 받지 않은 상태에 있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투신 후 최소 28분이상 방치된 셈이다.

경찰은 또 노 전 대통령의 시신 수색 작업은 당초 이 경호관의 진술과는 달리 3명의 경호관이 출동해 벌였으며,현장에서 발견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이미 맥박이 끊긴 상태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경찰의 이번 발표는 오전 6시20분께 부엉이 바위에 도착해 25분간 경호관과 함께 머물다 투신했다던 당초 발표를 완전히 뒤집은 것으로 경찰은 기본적인 수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됐다. 경찰은 지난 25일부터 이 경호관을 상대로 서거 당일 행적에 대한 보완수사를 벌여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하고 무전통화 내용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수사 결과는.

"경호관의 진술과 문재인 전 실장의 발표,노 전 대통령의 조카 사위 정재성 변호사 등으로부터 건네받은 유서 등으로 볼 때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뛰어내린 것으로 결론지었다. "

▼경호관의 구체적인 행적은.

"오전 6시10분께 부엉이 바위 정상에 함께 도착했다. 이어 오전 6시14분께 심부름 지시를 받고 정토원으로 출발해 3분 후 돌아왔다. 노 전 대통령이 보이지 않자 휴대폰 단축키를 사용해 동료 경호관에게 전화했다. 동료 경호관과 함께 정토원 등 주변을 수색하다 바위 아래쪽에 누워있는 노 전 대통령을 발견,오전 6시45분 현장에 도착했다. "

▼당일 행적에 의문이 많다.

"노 전 대통령과 동행했던 경호관의 최초 진술에 신빙성을 가졌지만 이후 진술을 번복했다. 그 뒤 통화내역과 CCTV 등 객관적 자료를 분석했다. 경호관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었고 동료가 나서서 설득하면서 다른 진술을 받아낼 수 있었다. "

▼부엉이바위와 정토원을 3분 안에 왕복할 수 있나.


"수사 과정에서 실측(거리 247m)을 했고,직접 달려보기도 했다. 훈련을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으로 본다. "

▼발견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의식이 있었나.

"발견 후 의식이 있는지 얼굴을 흔들어 보고 목 부위 경동맥 맥박을 확인한 후 어깨에 메고 공터 쪽으로 뛰어내려와 2차례 인공호흡을 하다가 (연락을 받고) 도착한 경호차량을 타고 세영병원으로 호송했다. 경호관은 발견 당시 맥박이 뛰지 않았다고 말했다. "

▼구급차 부르지 않고 어깨에 메고 뛰었나.

"급한 마음에 경황이 없어서 우선 메고 갔다고 말했다. "

▼추가 유서 존재 여부는.

"유서파일을 유족 측 동의를 얻어 분석한 결과 작성시간 및 저장시간 등을 확인했다. 박 비서관도 조사했다. 당일 7시30분께 연락을 받고 사저로 들어가 7시50분께 전용 컴퓨터 바탕화면을 확인한 후 출력이 안 되자 박 비서관의 메일로 보내 7시56분께 출력,김모 비서관과 정 변호사를 거쳐 유서를 넘겨 받았다. 추가 유서 여부에 대해선 유족 측의 진술이 없는 이상 확인할 수 없고 현재로서는 다른 유서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


창원=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