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영어 강사들을 중심으로 신종 인플루엔자(신종 플루) 집단 발병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27일 국내 주요 외국어학원들에 따르면 어학원들은 외국인 강사가 발열 · 콧물 · 인후통 · 기침 등의 증상을 보일 경우 관할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도록 하는 지침을 지난 25일 각 분원에 내려보냈다. 시 · 도교육청에서 이날 관련 공문을 학원들에 발송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어학원은 이 같은 지침을 내려보낸 후 감염자가 스스로 신고하기만을 기다리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Y어학원 등은 "외국인 강사들에 대한 신종 플루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증상이 의심되면 업무에서 즉시 배제한 후 관할 보건소의 검사를 받도록 했다"고만 설명했다. W어학원 등은 자체적으로 강사들에 대한 검진 조치를 실시했지만 보건 당국 관계자 없이 담당자가 강사들을 불러 관련 증상 여부를 구두로 확인한 것이 전부였다.

강사 후보생 집단교육 과정에서 신종 플루 감염자가 20명이나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청담러닝 측의 대응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초 · 중 · 고교생 대상 영어학원인 청담어학원과 청담에이프릴어학원 등을 운영하는 청담러닝은 지난 18~22일 62명의 강사 후보생을 집단으로 교육한 후 23일 이 중 1명이 신종 플루 감염자로 확진되자 25일부터 내달 2일까지 9일간 모든 지점을 휴업하기로 했다.

청담러닝은 그러나 지난 22일 교육을 마친 일부 강사들이 곧바로 자신이 근무할 예정인 서울 경기 대구 등의 지역 학원을 방문했다는 점을 애써 축소하고 있다. 청담러닝 관계자는 "방역 당국이 강사들이 방문했다고 발표한 7곳에 대한 정보는 잘못됐다"며 "어느 강사가 어느 지역을 방문했는지에 대해 아직 제대로 확인된 것이 없다"고만 설명했다.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자녀가 있는 학원에 신종 플루 감염자가 다녀갔는지 여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외국인 강사들이 신종 플루 진원지로 지목되면서 자녀들이 영어학원에 가지 못하도록 만류하는 학부모도 늘고 있다. 서울 대치동에서 초등학생 자녀 둘을 키우고 있다는 권모씨(38)는 "외국인 강사들이 신종 플루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해 아이들에게 다음 주까지 학원에 가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