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사고 파는 사람들은 대체로 거래하는 물건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다. 값을 지불하고 물건을 구입하는 데 헛돈을 쓰려 할 사람이 없고 다이아몬드를 팔면서 유리알 값에 넘길 사람도 없다. 쌍방이 거래가격에 합의했다면 사는 사람은 그 값만큼의 돈보다 물건이 더 좋았고 파는 사람은 반대로 물건보다 돈이 더 좋았기 때문이다.

물론 사는 사람은 더 싼 값에 샀다면 더 좋았을 것이고 파는 사람은 더 비싸게 팔 수 있었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나 자발적 거래에서는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피해만 입는 일은 절대로 없다. 해를 당할 쪽은 결코 거래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의 시장거래를 보면 거래 당사자들조차 스스로 거래하는 상품의 진정한 내용이 무엇인지를 모르면서 거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새로 나온 가전제품이나 가구는 사용자가 한동안 직접 써 보아야 그 본질을 알 수 있는 경험재(experience goods)이다. 매장에서는 그럴듯해서 사기로 결정했지만 정작 집에 들여놓고 써보니 실망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의약품은 또 어떤가? 감기기운이 있을 때 아스피린을 복용하지만 내가 복용한 아스피린이 진짜 아스피린인지를 정확히 가려낼 사람이 있는가? 아스피린 복용 이후에도 열이 내리지 않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일반인은 직접 복용한 뒤에도 과연 이것이 진품 아스피린인지 아닌지 알지 못한다.

값이 비싼 경험재를 구입했다가 실망하는 일이 잦으면 사람들은 경험재 구입을 망설이게 된다. 가짜 아스피린이 판을 친다면 아스피린 거래 또한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구입하는 사람들이 상품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그 시장거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어렵다. 매매쌍방이 상품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면 상품거래를 성사시켜 양쪽의 만족도를 모두 더 높일 수 있는 데도 상품 정보가 불완전하면 이처럼 거래자체가 아예 이루어지지 않기도 한다.

이러한 시장실패는 불완전한 상품 정보에서 비롯한다. 경험재나 의약품의 경우 파는 사람은 상품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만 사는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 상품 정보가 파는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는 정보비대칭성(asymmetry of information)이 시장의 작동을 방해하는 것이다. 상품 정보를 가진 판매자는 그렇지 못한 구매자를 속일 수 있는데 그렇게 당할 가능성이 높으면 구매자는 아예 시장 참여를 단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보비대칭성으로 위축된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