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규 원장, 학교 선배이자 정치.정신적 후원자 역할
서거 직전 법당에 들러 부모님 위패에 하직인사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직전에 들렀다는 사실이 밝혀진 봉화산 정토원이 어떤 곳인 지가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26일 선진규(75) 원장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의 사저가 내려다보이는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화산의 사자바위 아래에 자리잡은 정토원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사찰로 90여년 전에 지어졌다.

이 사찰은 자암사, 화일사, 봉화사 등의 이름으로 불리다 1983년 정토원으로 바뀌었으며 법당과 20여개의 수련실이 있는 청소년 수련원, 원장 주거시설 등이 있다.

노 전 대통령이 투신한 부엉이 바위와는 200m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정토원은 사찰 자체의 규모보다는 노 전 대통령이 선 원장과 오랜 인연을 맺어온데다 귀향 이후 간간이 들렀다는 점에서 최근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3일 사저를 나서 부엉이바위에서 투신하기 직전 정토원에 들렀던 것으로 경찰조사와 선 원장의 증언에서 확인됐다.

노 전 대통령은 동행했던 이 모 경호관이 선 원장이 있는 지 확인하는 사이 법당에 있는 부모님의 위패에 하직인사를 하고 마지막 마음 정리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은 생전에 선 원장을 `훌륭한 분'이라고 칭하며 존경심을 표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선 원장은 노 전 대통령과 같은 고향사람인데다 진영 대창초등학교와 진영중학교 선배이며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노력했다는 면에서 `같은 길'을 걸어왔다.

선 원장은 노 전 대통령 생전에 든든한 정치적. 정신적 후원자로서 활동을 했다.

선 원장은 노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적극 도왔고 귀향 직전에는 '귀향환영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대대적인 환영준비에 나서기도 했다.

선 원장은 최근 호미든 관음상 봉안 50주년 기념법회에서 "봉안 당시 나무를 심은 학생 중 한명이었던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방안에 있던 부처가 밖으로 나온 날, 나도 나무를 심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회고했다.

1959년 당시 동국대에 재학 중이던 선 원장은 31명의 불교학도의 뜻을 모아 봉화산 정상에 생존권을 상징하는 도구인 호미를 든 관음상을 봉안하고 `불교가 민중을 선도하고 일깨워 민족의 생존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선언을 했다.

식목일인 그 날 노 전 대통령은 식목일 행사에 참가해 봉화산에서 나무를 심고 있었다.

이 같은 인연으로 인해 노 전 대통령은 부모님이 별세하면서 그 위패를 정토원에 모셨으며 가끔 들러 인사를 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거 직전 이 곳에 들러 부모님께 `하직인사'를 했던 노 전 대통령 자신의 위패도 현재 정토원 법당 중앙에 자리잡고 있다.

선 원장은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게이트 등의) 사건이 나기 이전에는 간간이 들렀다"며 "서거한 노 전 대통령의 위패를 모시게 될 줄은 몰랐다"고 안타까워했다.

(김해연합뉴스) 황봉규 기자 b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