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미술품 경매회사 크리스티의 '아시아 현대미술 및 근대 중국회화 경매' 낙찰률이 90% 수준에 육박했다.

25일 홍콩크리스티 한국사무소에 따르면 전날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실시한 이브닝 세일 경매 결과 출품작 38점(한국 4점 · 중국 29점 · 일본 3점 · 인도 2점) 가운데 34점이 팔려 낙찰률 89%,낙찰 총액 1억8100만홍콩달러(약 293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대작 위주로 이브닝 세일을 처음 실시했던 작년 5월 경매(낙찰률 94%)에 비하면 다소 못 미치는 수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던 작년 12월(낙찰률 56%)보다는 무려 30%포인트 이상 상승해 미술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이날 경매에서 낙찰률은 올라갔지만 저가 작품만 집중적으로 팔려나가면서 낙찰 가격은 여전히 약세를 보였다. 작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상황에서 수요자들이 저가에 응찰해 낙찰받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가장 비싸게 팔린 작품은 중국 근대 회화작가 산유의 '고양이와 새'.경합 끝에 421만홍콩달러(약 69억원 · 수수료 포함)에 낙찰돼 국제시장에서 자신의 경매 최고 기록을 세웠다.

중국 근 · 현대미술의 경우 자오우키를 비롯해 장샤오강 카이쿼창 쩡판즈 리우에 등 '블루칩' 작가는 물론 팡리준 리우에 등 인기 작가 작품 등이 대부분 새 주인을 찾아갔다. 자오우키의 '우리는 둘'은 추정가(1000만~1500만홍콩달러)보다 두 배 이상 높은 3580만홍콩달러에 낙찰됐다. 장샤오강의 그림 '대가족'은 추정가(700만~900만홍콩달러) 범위인 662만홍콩달러에 팔렸다.

이번 이브닝 세일에서 한국 작품은 출품작 4점 중 강형구(두 점) · 최소영(한 점) 등 3점이 팔려 무난한 성적을 거뒀다. 청바지 작가 최소영씨의 '천조각의 풍경'은 추정가 90만~150만홍콩달러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206만홍콩달러,극사실주의 작가 강형구의 '반 고흐'(추정가 50만~60만홍콩달러)는 122만홍콩달러에 팔려나갔다. 다만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 나온 전광영의 '집합'(추정가 55만~75만홍콩달러)은 유찰됐다.

현장을 지켜본 배혜경 크리스티 한국사무소장은 "아시아 현대미술 경매시장이 서서히 '불황의 그림자'를 벗어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