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민주노총 서울지부 결의대회가 끝나고 “덕수궁 대한문으로 가자”는 함성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당시 대한문 앞에는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임시 분향소가 마련돼 시민들이 대거 몰려있었다.

민주노총 홈페이지와 재야 시민단체 홈페이지에도 “(노무현 대통령 서거에 따른) 비통한 마음과 분노를 모아서 행동으로 투쟁해야 한다”는 글이 잇따라 게재됐다.

노동계 총파업이 임박한 가운데 이처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서거에 따른 추모 열기가 더해지면서 지난해 5월의 촛불사태가 재현되는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노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성폭력 사건 등으로 위축됐던 투쟁 열기를 확대시키고 반MB 진영의 세를 결집하겠다는 태세다.

경찰 역시 이 연결 고리를 끊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때마침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가 결집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노정(勞政)간 충돌 양상은 전면적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4일 노동계에 따르면 오는 27일이 사실상 노동계 총파업 개시일이 될 전망이다.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와 플랜트건설노조가 이날 파업에 돌입키로 했으며 그동안 파업 실행 시기를 조율해온 화물연대도 이날 파업에 동참키로 방침을 정했다.

이날 파업에 참여하는 조합들의 총 조합원 숫자는 6만5000여명에 이른다.

이에 따라 27일부터 전국 물류와 건설 공정 대란이 현실로 나타나게 됐다.

이들 노조는 파업 돌입과 동시에 서울서 대규모 집회를 갖기로 함에 따라 경찰과의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 민주노총 산하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가 이날 파업을 위한 찬반투표에 들어가고 철도노조는 이날 투쟁 결의대회를 갖는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이에 앞서 26일께 기자회견을 갖고 대정부 투쟁 방침을 밝할 예정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지난 19일 정부에 교섭을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며 “교섭이 결렬된 만큼 총파업 등 행동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비교적 잠잠하던 한국노총도 민주노총의 파업 준비에 동참할 태세다.

한국노총은 “한국노총 전국건설기계노조도 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건설노조처럼 특수고용직 노동자 문제가 얽혀있는 만큼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투쟁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노동계가 강경 일변도로 변하는 가운데 친노진영에서도 추모 수준을 넘어 대정부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정 갈등에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반 정부 정서가 결합될 경우 지난해 5월과 같은 전국적 촛불집회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에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로 촛불사태가 촉발되자 노동계와 재야단체 등이 가세하면서 미디어법,비정규직 문제 등으로 확산됐고 6월 노동계 총파업로 이어졌다.

경찰측도 이 부분을 우려하고 있다.

광화문,시청 지역이 다시 촛불 사태의 진원지가 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3,24일 양일간 추모객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노 전 대통령의 임시 분향소가 마련된 덕수궁 대한문을 철저히 봉쇄한 것도 사전에 노동계와 친노단체간 연결고리를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다.

고경봉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