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前대통령 서거] "무리한 수사가 원인"…비난에 검찰 궁지 몰려
대검 수뇌부 휴일에도 전원 출근 비상대책회의
검찰은 특히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방식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면서 무척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측근과 가족,친인척 전부를 전방위로 압박하는 저인망식 수사와 확정되지 않은 혐의 사실이 언론에 중계되는 상황이 노 전 대통령에게 견디기 힘든 모멸감을 안겨줬고,결과적으로 자살로 이어졌다는 시각 때문이다.
◆이례적인 수사
검찰은 박연차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항상 "있는 건 있고 없는 건 없다고 하겠다"를 강조했다. 이 원칙은 다른 피의자나 피내사자들에게는 대체로 지켜졌지만 유독 노 전 대통령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검찰은 우선 '600만달러+α'가 노 전 대통령으로 흘러갔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그의 주변을 샅샅이 뒤지는 저인망식 수사를 펼쳤다. 물론 뇌물 수수나 횡령,배임 등 경제범죄를 다루는 특수수사나 대형 사건은 주변 인물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와 물적 증거 수집이 필수적이다. 혐의 사실을 대체로 부인하게 마련인 피의자와 흔적이 잘 드러나지 않는 돈거래를 찾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번 수사는 양상이 조금 달랐다. 태광실업의 탈세 고발사건과 세종증권 매각 비리로 작년 11월부터 본격 시작된 수사는 노건평씨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광재 의원,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등 노 전 대통령의 가족과 정치적 · 경제적 동반자들을 줄줄이 구속해 노 전 대통령에게 정치적 치명상을 안겼다. 검찰은 이어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딸 부인 사위 등을 여러차례 소환조사했지만 '참고인'이라고 선을 긋고 오로지 노 전 대통령만을 겨냥해 수사를 진행했다. 즉 100만달러와 500만달러 등의 종착지가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 전 대통령 가족에게 '참고인' 신분을 부여하는 일종의 '사법적 거래'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이례적인 수사 행태였다.
◆무리한 수사 지적도
노 전 대통령의 소환조사 뒤 구속영장 청구와 불구속기소를 저울질하면서 시간을 끈 것이 결과적으로 노 전 대통령의 심리를 더욱 압박했다는 시각도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속전속결로 끝냈어야 하는데 (노 전 대통령이 받았다는) 확실한 물증을 수사팀에서 확보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공개적인 망신주기 수사가 끊임없이 이어지며 이런 결과를 빚은 것 같아 착잡하다"고 말했다. 재판에 들어가 유무죄를 따지기도 전에 확정되지 않은 피의 사실을 흘려 전직 대통령을 '파렴치범'으로 낙인찍고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간 것이 비극을 불러 온 한 요인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또 검찰 내 대표적인 강성파로 꾸며진 대검 중수부가 이런 결과를 초래하는 데 한몫했다는 시각도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수사란 것은 속도와 범위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중수부 팀은 너무 강하기만 했다"며 "누군가 제어를 해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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