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로 고인 주변의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 전체가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임채진 검찰총장이 23일 오후 10시 퇴근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를 나섰다.

청사 정문 앞에는 30여명의 취재진이 기다리고 있다가 임 총장이 나타나자 쉼 없이 플래시를 터트렸다.

남색 양복에 푸른색 넥타이 차림의 임 총장은 침통한 듯 굳은 표정을 지었으며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심경을 한마디 말해달라'는 등 기자들의 주문과 질문이 쏟아졌으나 임 총장은 취재진에 눈길 한 번 돌리지 않은 채 기다리던 차량을 타고 청사를 빠져나갔다.

앞서 임 총장은 이날 오전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자마자 청사로 출근했다.

그는 대검 간부 전원에게 즉시 출근하도록 지시했으며, 오전 11시부터 3시간30분 동안 긴급회의를 주재했다.

회의에는 임 총장과 문성우 대검 차장을 포함해 중수부장, 수사기획관 등 간부 13명이 참석해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사태 수습 대책과 향후 수사 방향 등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지난달 30일 노 전 대통령을 소환조사하면서 나름대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최대한 갖췄음에도 `비극'이 발생했다며 이날의 충격에 말을 잇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가 끝난 뒤 대검찰청은 "형언할 수 없이 슬프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깊은 애도를 표한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종결한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회의 참석자 모두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며 "국가적인 상황이 발생한 만큼 대검 간부들이 내일도 전원 출근해 비상근무를 하기로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임 총장은 밤 늦게 퇴근할 때까지 줄곧 집무실에 머물며 대책 마련에 부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