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세입자 "재산권 침해" 위헌 신청 법원서 수용
헌재 결정때까지 철거중단…다른 단지로 확산 우려
용산 2구역 재개발 일단 '올스톱'

'용산 참사' 인근 지역의 상가 세입자들이 재개발 과정에서 세입자 임차권을 박탈하도록 한 현행 법률(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위헌 여부를 헌법재판소에서 가려달라는 제청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해당 법률이 헌재에서 위헌으로 결정나면 재개발조합이 임차인에게 현행법에서 정한 수준 이상의 보상금을 줘야 돼 재개발 비용 증가로 사업 차질이 예상된다.

서울서부지법 민사12부(김천수 부장판사)는 22일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정법) 제49조 6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헌재에 제청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용산참사' 지역인 '용산역 국제빌딩 재개발 4구역' 건너 '전면 2구역'의 상가임차인 중 일부가 해당 조항에 대해 낸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해당 법률 조항은 재개발 · 재건축 · 도시환경정비사업 등 정비사업에서 관리처분계획이 인가되면 소유권 이전 고시가 있을 때까지 해당 지역 토지,건물 등의 소유자와 세입자의 사용 · 수익권이 정지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세입자들은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나면 건물을 비워줘야 한다.

재판부는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고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헌법 제23조 3항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임차인들은 공익사업법에 따른 보상이 적용되지 않거나 설사 적용되더라도 법에서 규정한 영업보상금이나 주거이전비 정도는 정당한 보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또 "조항이 정비사업의 조속한 시행을 위해 도입됐지만 세입자의 재산권,주거권,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의 사익을 과도하게 제한해 기본권 제한에 있어서의 과잉금지 원칙에도 위반된다"고 밝혔다.

이번 제청으로 서울 용산 등 도심 곳곳에서 진행 중인 재개발 사업이 차질을 빚게 됐다. 당장 이날부터 헌법재판소가 해당 법률 조항의 위헌성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용산역 전면 2구역 조합이 세입자들을 상대로 낸 건물명도 청구소송은 진행이 중단되고 건물 철거작업도 할 수 없게 됐다. 통상 헌법재판소 결정은 7~8개월 정도 걸리며 길면 1년을 넘길 수도 있다.

지난 2월 '용산 참사'가 발생한 용산 국제빌딩 재개발 4구역 등 다른 지역 관련 소송도 이번 결정의 영향을 받아 정상 절차를 밟는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부지법에서만 용산국제빌딩 4구역의 건물 등에 대한 명도 소송 등 30여건의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다.

서부지법 관계자는 "판사들이 이번 제청으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날 때까지 소송 관련 일정을 미룰 수 있다"며 "다른 법원에서도 세입자들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만약 위헌결정이 나면 보상금 증가로 상당수 재개발 사업의 추진 자체가 힘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도정법 개정 과정에서 권리금이 보상금으로 일부 인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임도원/서보미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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