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압구정동 한복판에 무려 600여 평 규모의 휘트니스 클럽이 있다. 프로골퍼 출신인 이종근 대표가 경영하는 M Golf&Health 휘트니스.

이곳의 운영방식은 조금 독특하다. 회원이 회비를 내지 않아도 직원들은 체크하지도 않고 독촉하지도 않는다. 고객의 양심을 믿기 때문에 회비를 독촉하는 일은 없다고 한다. 물론 두 달 이상 회비를 내지 않으면 재등록이 어렵지만 이렇게 하게 되면 저절로 회비를 내는 사람들만 남게 되어서 굳이 별도의 관리가 필요 없다는 것.
이 대표는 35살의 나이에 맨손으로 사업을 시작해 서울시 요지에 대형 휘트니스 센터를 갖게 되었다. 고등학교 시절 162명 중에서 161등을 했다는 그는 어떻게 사업에 성공하게 되었을까?

휘트니스 센터가 첫 사업인지?

아니에요. 19살에 리어카에서 복제불법 테이프를 팔았어요. 세금도 안내고 현금 장사여서 수익이 꽤 컸어요. 리어카 하나를 다이라고 하는데요. 그때 다이를 5개 정도 동시에 운영했어요. 그 때 6개월 만에 거의 사천만원을 벌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포장마차를 한 3개 정도 했구요. 1995년에는 동대문에 액세서리 가게도 했어요. 생각해보니 정말 많은 일을 했네요.(웃음) 그렇다고 저의 가정이 불우해서 일찍 장사를 시작한 건 아니에요. 평범한 집안에서 용돈 받으면서 살았는데 고등학교 때 공부는 재미없었거든요. 남들은 어렸을 때 꿈이 대통령이라고 할 때 저는 세일즈맨이 꿈이었어요. 돌아다니는 것도 좋아하고 관심 가는 것들도 많아서요. 그래서 일찍 장사를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사업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들이 있다면?

자기가 잘 모르는 분야에서는 절대로 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동대문에 액세서리 가게를 할 때 어떤 손님이 '이 보석이 뭐에요?'라고 질문하는데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바로 그만뒀죠. 내가 알지도 못하는 것을 팔수는 없다고 생각해서요. 또 중국에서 골프장을 했다가 크게 망했어요. 중국인을 잘 모르고 덤볐다가 큰 코 다쳤죠.(웃음)

프로골퍼 출신인데 골프입문 동기는?

생각해보면 살면서 골프를 가장 좋아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땐 몸이 약해서 중고등학교때 핸드볼을 했어요. 그러다 대학 때 술 마시고 집에 들어가서 TV를 보는데 골프가 나오더라구요. 원래는 '스키를 배워야 겠다'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고민 중이었어요. 그 때 학교 후배가 ‘골프는 3계절을 할 수 있지 않느냐’는 말에 골프를 시작했어요. 좀 단순하죠?(웃음) 그렇게 시작했는데 정말 재미있더라구요. 필드에 나가면 공기가 좋아서 더 즐거웠던 것 같아요.

사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사람을 만나면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해주려고 노력해요. 물론 저를 떠난 사람도 있지만 제 옆에서 남아 저를 도와주는 사람도 많아요. 다른 중요한 점이 있다면 다르게 사고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요즘은 돈키호테 같은 스타일이 더 성공할 것 같아요. 제가 처음에 휘트니스 센터를 시작할 때 투자를 해주신 분에게 '왜 저에게 투자 하셨어요?' 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어요. 제가 '이 건물 1층엔 스타벅스가 있어요. 대부분 건물 1층엔 전세를 내는 은행이 많이 있는데 월세를 내는 스타벅스가 있다는 것은 바로 여기 입지가 좋다는 증거 아니겠어요?'라고 말했대요. 그 얘기를 듣고 바로 투자를 하셨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많은 경험을 통해 깨달은 점이 있다면?

사람은 평생 배워야 되는 것 같아요. 사업을 하다 보니까 나이 드신 분들을 만날 기회도 많은데 나이가 60이 넘으신 분들이 지금도 젊은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배우려 하는 것을 봤어요. 예전에 신문을 하루에 5개씩 3년을 읽으면 어느 분야나 얼마간의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보통 프로골퍼들이 기업인들 강습을 많이 하는데 처음엔 무슨 얘기를 하는 지 못 알아듣다가 신문을 읽다보니 이해도 되고 대화도 가능해 졌어요. 사업하는데 여러모로 도움을 받았죠. 부딪히고 부지런히 공부해야 되는 것 같아요.

사업도 자리를 잡았는데 결혼생각은?

당분간은 일에 집중하고 싶어요. 결혼 생활을 잘 유지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해요. 사실 아직 자신이 없어요. 좋아하는 여자라면 물질적으로 행복하게 해주고 싶기도 하구요. 거의 일 년의 반은 외국에 나가 있는 경우도 많은데 어떤 여자가 좋아하겠어요. 아직은 준비가 안 된 것 같아요.

앞으로 사업 계획은?

요즘엔 골프 퍼터와 골프 티 사업을 구상중이에요. 골프를 좋아하다 보니 골프와 관련한 사업을 구상중이에요. 미국 쪽에는 골퍼들을 대상으로 하는 홈스테이 겸 유학원도 구상하고 있어요. 내년에는 경영학 대학원에 들어가서 공부를 더 하려고 해요. 사업이든 공부를 하든 항상 즐겁게 살려고 노력해요. 긍정적인 사고가 바로 제 삶의 에너지입니다.

한경닷컴 bnt뉴스 서예림 기자 / 사진 이환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