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과 관련해 21일 대검 중수부에 재소환된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피의자 신문조서를 읽고 고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검찰이 제대로 조사를 벌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천 회장은 이날 오전 10시께 출석해 13시간가량 대검 조사실에 머물렀으나 실제 조사가 이뤄진 시간은 3∼4시간에 그쳤고 식사시간을 제외한 8시간 정도를 자신에 대한 신문조서를 검토하고 수정하는 데 썼다는 것이다.

천 회장은 당뇨병 증세로 시력이 좋지 않지만 조서를 한 줄 한 줄 읽어가며 고치는 것을 반복했으며 밤이 늦어지자 "몸이 불편하고 피곤하다"며 조사에 응하지 않아 결국 22일 오전 재출석하기로 하고 이날 오후 11시께 귀가했다.

검찰은 본래 박 전 회장과의 대질신문까지 마치고 자정 전에 가능하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었으나 천 회장의 `꼼꼼함'에 답답해하면서도 두 손 두 발을 들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천 회장은 19일 처음 소환됐을 때도 자정 무렵 조사가 끝났지만 4시간 이상 조서를 검토하느라 다음날 오전 4시30분께야 집에 돌아가 검사와 취재진이 혀를 내둘렀었다.

검찰은 22일 세 번째 소환조사에서는 반드시 일과 시간에 조사를 마치고 영장을 청구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천 회장은 이날 대검 청사에 출석할 때와 청사를 나갈 때 모두 승용차 뒷좌석에 깊이 몸을 숨기는 등 언론의 인터뷰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