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는 법 적용 시기 놓친 대표적 사례"
"현행 인ㆍ허가제도 30~40% 없애야"

이석연 법제처장은 21일 "앞으로 법령 개편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쪽에서 이뤄져야 하며 성역으로 남은 규제도 모두 풀어야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법무부와 교류 협력 차 이날 모스크바를 방문한 이 처장은 한국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현재 진행 중인 법제 개혁의 방향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이 처장은 "과거 우리가 중산층 위주의 법제 개혁을 했다면 이제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며 "앞으로 그 틀에서 법령 개편 작업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민간의 창의와 활력을 북돋을 수 있는 법들이 많이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야 하는 것은 물론 현재도 성역으로 남아있는 규제는 모두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과 기업에 대한 불신과 행정편의를 전제로 한 사전적 규제방식인 인·허가 제도를 과감히 개폐해야 하는데 현재 제도의 30~40%는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부 부처의 반발이 있긴 했지만, 각종 세법 및 교통법 관련 등에서 성과도 있었다"면서 "중소기업의 불편을 덜도록 법들을 제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헌법 정신에 충실할 것을 강조하고 있고 헌법에 어긋나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고 있으며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도 한다"며 "이명박 정부가 실용과 효율을 강조하는 데 막연한 실용과 효율은 의미가 없고 반드시 `헌법 정신'에 입각한 실용주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헌법 정신을 강조하면 수구나 보수로 몰리는 데 그것은 잘못이며 헌법 따로 대통령 따로가 아니므로 헌법에 충실해 국가를 이끌어 가면 된다"고 했다.

그는 "국가원수가 얼마나 법제 개혁에 힘을 실어주느냐가 중요하며 이 개혁은 정권 내내 지속해야 한다"며 "과거 정부의 잘못된 관행이 있다면 과감히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처장은 또 "법은 항상 공평하고 한결같이 적용돼야 하며 효율성과 시기성도 중요하다.

법 적용시기를 놓친 대표적 사례가 지난해 촛불집회였다"며 "촛불 문화제를 할 때 명확히 법을 적용했어야 하는데 그때 못해 폭력 시위로까지 갔다"고 지적했다.

또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개입 재판 논란과 관련, "민감한 사안"이라고 전제하면서 "이번 법원 파동은 불행이며 헌법 가치가 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만 언급했다.

한편, 이 처장은 이날 알렉산드르 코노발로프 러시아 법무부 장관을 만나 법제업무 개선, 법령정보 교류 및 공유, 법제전문인력 교류 방안 등을 협의했다.

코노발로프 장관은 이 자리에서 한국 정부의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법 시스템에 높은 관심을 표명하면서 "부정부패는 국내뿐 아니라 국제 차원에서도 일어나기 때문에 국가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예정된 법제기관 간 교류협력 양해각서(MOU) 체결은 러시아 측에서 좀 더 검토한 후 코노발로프 장관의 한국 방문 때 하기로 합의했다.

그는 22일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에서 `한국 법제도의 역사와 선진 법제도 구축'을 주제로 강연하고,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법제개혁의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할 예정이다.

이어 독일로 이동해 연방 법무부장관을 만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과 기업·경제활동 진작을 위한 규제개혁 사례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뮌헨대학에서 `헌법 정신과 한국의 법치주의'를 주제로 강연한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