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 수사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신병처리 여부에 대한 결정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검 중수부는 21일 천 회장을 재소환, 이날 오후 늦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어서 영장 발부 여부는 23일 또는 25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지난달 30일 노 전 대통령 소환 이후 3주일 이상 신병처리 결정을 미뤄온 검찰은 주말을 전후로 권양숙 여사를 재소환해 조사한 뒤 다음주 중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불구속 기소할지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중수부는 애초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할 때 박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정치인과 지방자치단체장은 물론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까지 모두 수사하고 마지막으로 노 전 대통령 주변 의혹을 수사하기로 계획을 짰었다.

그러나 3월 말부터 언론에서 노 전 대통령 관련 의혹이 봇물 터지듯 흘러나오면서 검찰은 수사 순서를 바꿀 수밖에 없었고, 4월 한 달간 박 전 회장에게서 노 전 대통령 쪽으로 흘러간 `100만 달러ㆍ500만 달러' 진실 규명에 수사력을 모았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소환 직후인 이달 4∼6일께 신병처리 결정을 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권 여사가 박 전 회장한테 받아 썼다고 주장한 3억원이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의 차명계좌에서 발견되는 등 권 여사를 재소환할 필요성이 대두했다.

검찰은 권 여사 재소환 일정을 조율하는 동시에 지난 6일 서울지방국세청을 압수수색하면서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 수사의 신호탄을 올렸고, 빠른 속도로 천 회장과 박 전 회장의 자금거래를 추적하는 한편 관련자 소환조사를 통해 천 회장의 혐의를 구체화했다.

특히 지난 9일 박 전 회장의 홍콩법인 APC계좌에서 40만 달러가 2007년 9월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 측 미국계좌로 송금된 사실이 새로 드러나고, 이 돈으로 계약했다는 160만 달러짜리 집주인이 잠적하면서 권 여사 소환이 지금까지 미뤄졌다.

결과적으로 검찰은 천 회장 수사에 집중할 시간을 번 셈이고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함으로써 처음 계획했던 수사 순서에 근접할 수 있게 됐다.

검찰은 미국 집 계약서와 통장사본 확보를 미국 당국과 사법 공조로 확보하기로 하는 대신 조만간 권 여사를 봉하마을 인근 검찰 청사로 재소환해 100만 달러의 사용처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

임채진 검찰총장은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수사팀은 물론 검찰 간부들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 노 전 대통령의 신병에 대해 다음주 중 최종 결정을 내린다.

임 총장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사건 처리는) 검찰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합리적인 결정을 도출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어 어떠한 결론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