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20일 "여당 정책위 의장이 바뀌면 심야(오후 10시 이후) 학원 교습 금지 법제화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백지화'를 발표한 지 이틀 만에 다시 여권 핵심 의원이 '불씨 되살리기'의 총대를 메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정의 혼선이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정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 일부 지방자치단체 조례로만 돼 있는 학원 교습 시간 제한을 법에 명문화해 실효성 있게 추진하기로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과 한나라당 정책위,교육과학기술부 사이에 조율이 됐었다"며 "대통령도 찬성한 사안인데 무슨 이유에선지 교과부와 여당 정책위가 이를 뒤집어버리는 바람에 대표발의를 하겠다고 나선 나만 우습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임태희 정책위 의장은 지역구(성남 분당)에 대형 학원이 많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며 "임 의장이 물러난 뒤 법안을 다시 내겠다"고 밝혔다. 남경필 의원도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찬성하는 국민이 70%에 이른다"며 "다시 논의하자"고 했다.

정 의원이 정책 혼선 책임을 정책위로 돌리자 임 의장은 "말도 안 된다"며 펄쩍 뛰었다. 임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가진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설익은 정책을 미리 언론에 흘린 게 누군데…"라며 '합의 번복설'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임 의장은 "자율과 창의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지 않다는 판단에서 폐기한 것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며 "학생 건강권 차원에서 심야 교습 제한이 필요하다면 각 지자체가 조례로 시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차기현/이준혁 기자 khcha@hankyung.com